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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태용 "나 한텐 안돼" VS 최용수 "외제 치약 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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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에서 A대표팀으로 말을 갈아 탄 최강희 감독(53)이 K-리그에서 사라졌다. '닥공(닥치고 공격)'을 창조한 '봉동 이장'의 걸걸한 입담도 이별했다.

춘추전국시대다. 중원은 또 다른 화술의 대가를 기다리고 있다.

"용수, 아니 이제 최 감독이지, 그래도 나 한테는 안 돼!" 신태용 성남 감독(42)이 불을 지폈다. "뭐, 태용이 형님은 외제 치약 쓰시나. 멘트를 봐라. 깊이가 있더냐." 최용수 FC서울 감독(41)이 맞불을 놓았다. '최강희 시대' 이후 K-리그 양대 빅마우스의 입담 대결이 벌써 불붙었다. '여우(신태용)'와 '독수리(최용수)'의 전쟁이다.

축구는 90분 드라마로 결말이 난다. 이를 위한 장외의 신경전은 또 다른 볼거리다. 각 팀의 수장인 사령탑들의 걸쭉한 입담은 최고의 재료다.

신 감독과 최 감독은 단연 선두 주자다. 두 감독의 입은 늘 관심이다. 시쳇말로 '이빨'이 세다. 신 감독의 언변은 거침이 없고 공격적이다. 2010년 아시아챔피언스리그에서 우승한 후 100여명의 내외신 기자들을 앞에 두고 "내가 생각해도 난 난 놈이다"라고 해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지난해 4월 감독대행에 오른 최 감독은 억양이 센 부산 사투리에 말투가 어눌한 듯 보이지만 그의 발언은 가감이 없다. "말주변이 없는 편인데 부끄럽다." 감독대행으로 승격한 후 첫 공식 코멘트였다. 역설이었다. 어록을 탄생시킬 정도로 위트와 재치가 넘친다.

지난해 그라운드에서 두 차례 만났다. 1승1패, 우열을 가리지 못했다. 5월 29일 성남 안방에서 신 감독이 2대0으로 먼저 웃었다. 경기를 앞두고 최 감독은 "독수리가 여우한테 이긴다"고 했다. 신 감독은 "독수리가 이긴다고, 함 보지"라며 비웃었다. 경기 후 신 감독은 의기양했다. 최 감독의 뒤를 이어 기자회견에 참석한 그는 "(최)용수가 앉은 자리야. 어, 좋았어. 먼저 기자회견할 때 와서 놀려줄 걸"하며 통쾌해 했다.

10월 23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두 번째 대결은 정반대였다. 최 감독이 3대1로 승리했다. 경기 전 신 감독이 불쑥 최 감독의 방을 찾았다. 오고가는 '말장난' 속에 날은 감췄다. 웃음 꽃이 활짝 피었다.

신태용과 최용수, 허물이 없다. 막역하다. 신 감독(88학번, 최용수 90학번)이 두 학번 위다. 종종 골프와 술자리를 갖는다. 흥미넘치는 K-리그를 위해서도 머리도 맞댄다. 팬들을 즐겁게 하기 위해서는 모든 것을 던질 각오가 돼 있다. 패기 넘치는 젊은피 지도자들이다.

신 감독은 지난해 "대행 주제에…"라며 최 감독을 많이 놀렸다. 그는 성남 지휘봉을 잡은 첫 해인 2010년 한 시즌을 대행 신분으로 보냈다. 아시아챔피언스리그 우승으로 감독으로 승격됐고, 최근 3년 재계약에 성공했다. 최 감독은 지난달 대행 꼬리표를 뗐다. 올시즌은 동급이다.

'외제 치약' 발언에 신 감독은 흥분했다. "외제 치약을 쓰는 것은 어떻게 알았냐. 호주에서 가져왔는데…"라며 "아랫사람에게는 안 진다. 말이 필요없다. 시즌 들어가면 혼내줄거다"라고 엄포를 놓았다. 최 감독은 "더 이상 설명은 안하겠다. 태용이 형과 나의 말에는 깊이의 차이가 있다. 이 정도로만 하겠다. 이러다가 정말 싸우겠다"며 호쾌하게 웃었다.

성남은 현재 전남 광양에서 담금질 중이다. 서울은 9일 괌으로 전지훈련을 떠났다.

둘의 장외 설전은 유쾌, 상쾌하다. 하지만 승부에선 결코 양보가 없다. 우승을 위해선 어떻게든 상대를 넘어야 한다. 두 감독도 그라운드에 서면 누구보다 진지해진다. 색깔이 비슷하다. 시즌 고지를 묻는 질문에는 나란히 "굳이 우승이라고 얘기하고 싶지는 않다"며 수줍게 웃을 뿐이다.

신 감독이 '난 놈'이라면 최 감독은 '뜬 놈'이다. '말의 향연'은 K-리그의 활력소다. 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