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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한 겨울 계곡 얼음물 입수 "이정도일 줄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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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해성 전남 감독은 선수단에게 본의 아니게 거짓말을 했다. 설득의 과정, 아니 위로였다.

"겨울 바닷물에 들어가봤는데 막상 물에 들어가면 안 춥고 따뜻해."

영하의 칼바람이 불어 몸이 얼어붙어 있는 선수들이 이 말을 믿었을지는 의문이다. 하지만 감독이 먼저 옷을 벗으니 선수단도 따라 나섰다.

전남 광양 백운산에서 열린 1박 2인간의 전남 드래곤즈 신년 워크샵, 첫날인 6일 백운산의 한 계곡에 비명소리가 넘쳐났다. 정 감독이 먼저 총총 걸음으로 계곡에 몸을 담갔고, 선수단이 얼음을 깨고 뒤 따랐다. 전남의 선수단 35명과 코칭 스태프는 이렇게 얼음물 계곡 입수를 단행했다.

10여년 전에나 있을 법한 동계 훈련 장면. 오히려 겨울 훈련 중에 하지 않으면 뭔가 허전했던 필수 코스였다. 그러나 시대는 변했고 훈련 방식도 변했다. 계곡물 입수는 노장 선수들의 입에서나 들을법한 '복고풍 훈련'이었다.

전남이 2012년 새해 첫 훈련을 계곡물 입수로 결정한데는 이유가 있었다. 구단에 '변화의 바람'이 불었지만 강한 정신력으로 변화를 극복하자는 의지의 표현이었다. 전남은 2011년 K-리그가 끝난 뒤 '변화'를 화두로 내세웠다. 정해성 감독이 용단을 내렸다. 사퇴 의사까지 밝히며 전남의 변화를 천명했다. 전남도 정 감독을 재신임하며 '더 좋은 전남을 위한 변화'라는 대의에 뜻을 함께 했다. 정 감독은 먼저 코칭스태프를 개편했다. 2군을 맡았던 노상래 2군 감독이 팀을 떠났다. 피지컬 코치와 골키퍼 코치도 교체했다. 선수단에도 칼을 댔다. 절반 이상 교체했다. 용병 2명, 국내이적 7명, 우선지명 4명, 신인 드래프트 6명 등 총 19명을 영입하며 35명 선수단의 절반 이상을 새 얼굴로 채웠다. 용의 해에 전남 드래곤즈가 새롭게 태어나기 위한 사실상의 팀 리빌딩이었다.

정 감독은 "새로운 선수들이 많다. 모든 선수들이 하나의 팀이라는 동질감을 갖기 위해 뭉칠 계기가 필요했다. 선수단이 하나가 되는데는 극기 훈련이 필요하다. 정신력 강화에 얼음물 입수만한게 없다"며 웃었다.

물에 들어가기 전 정 감독은 자신 있었단다. 동계 훈련으로 자주 겨울 바닷물에 몸을 담궜다. "오히려 물에서 나왔을 때가 더 춥다"는 게 정 감독의 설명이었다. 그러나 자신감은 곧 놀라움으로 바뀌었다. 생애 처음으로 계곡 얼음물 입수를 경험한 정 감독은 하루 뒤 전화통화에서 당시의 느낌을 전했다. 아직도 얼음 물의 차가움이 온 몸에 남아 있는 듯 했다. "선수들한테 안 춥다고 얘기했는데 완전 거짓말 한 꼴이 되었다. 정말 춥다. 물속에서도 추웠는데 밖에 나오니 더 추웠다(웃음)."

용병도 예외는 없었다. 코니와 넬레꼬도 생애 처음으로 흔치 않은 동계 훈련을 했다. 성격 좋기로 유명한 코니도 처음에는 이해를 못했단다. 정 감독은 "용병들이 이해 못하는게 당연하다. 차근 차근 왜 이런 훈련을 해야 하는 지 설명했더니 알았다고하더라. 코니는 결국 웃으며 물에 들어갔는데 물에서 나오자 마자 '똘아이'라는 말만 반복했다. 어디서 배운 말인지 모르겠다"며 다시 웃었다. 성격 좋은 용병 입에서 한국말 욕이 나올만한 추위였나보다. 계곡물에서 나온 뒤 정 감독은 선수단을 먼저 챙겼다. 따뜻한 쌍화탕을 일일이 건넸다. "선수들이 감기 걸려서 동계 훈련 못하면 역효과다. 감기 안걸리게 조심해야지~."

60년만에 돌아온 흑룡의 해 2012년, 전남 드래곤즈의 재도약은 "전남 드래곤즈, K-리그 우승을 위하여"라는 얼음물 속에서의 외침과 함께 시작됐다. 하성룡 기자 jackiech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