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하균을 능가하는 '브레인' 속 야심가들이 화제다.
배우 이성민, 반효정, 이승주가 KBS2 월화극 '브레인'에서 야망과 욕망으로 점철된 캐릭터 연기로 눈길을 끌고 있는 것.
이들은 성공을 향한 '욕망의 화신' 이강훈(신하균) 못지않은 출세 의욕을 불태우며 '브레인'의 극적 재미를 배가시키고 있다. 현실과 똑 닮은 천하대 종합병원 내 치열한 권력 암투가 이들을 통해 더욱 생생하게 전달되며 시청자들의 흥미를 불러일으키고 있는 상태.
무엇보다 천하대 종합병원 신경외과 과장 고재학을 연기하는 이성민은 줄타기에 능한 '처세 의사'를 가장 극단적이면서도 맛깔스럽게 표현해내고 있다. 고재학은 실력이 출중한 강훈을 아끼면서도 든든한 배경을 가진 준석(조동혁)을 조교수로 밀어주는가 하면 극한의 위기에 다다르자 다시 강훈과 결탁하며 교묘한 줄타기 능력을 선보이고 있다. "이강훈이냐 서준석이냐 누굴 데리고 갈 건지 노선 분명히 하라"는 부원장의 충고에 고재학은 "센 놈을 데리고 가야겠죠. 둘을 붙여보면 누가 센 놈인지 알겠죠"라며 '처세의 달인' 다운 발언도 서슴지 않았다.
처음부터 줄타기 능력을 과시했던 고재학과 달리 천하대 종합병원 황영선(반효정) 원장은 온화하고 부드러운 모습으로 여장부 카리스마를 발휘해왔다. 대쪽 같은 성격으로 올곧게 병원을 지켜낼 것만 같던 황 원장은 지난 16회 방송에서 처음으로 야욕을 드러내며 시청자들을 놀라게 했다. 황 원장은 김상철(정진영) 교수에게 "여기까지 제가 어떻게 왔는데, 아직은 뒷방으로 밀려나고 싶지가 않아요"라며 병원장 연임 의욕을 드러내 깜짝 반전을 선사했다. 특히 황 원장은 김상철의 트라우마를 알고 있는 듯 "김교수님 이해해주세요. 저도 김교수님 이해해 드린 적 있지 않습니까. 오래전에요"라고 말함으로써 파장을 예고했다.
그런가하면 천하대 종합병원 신경외과 전공의 동승만(이승주)은 강훈과 준석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며 철새 본능을 보이다가 결국 강훈으로부터 쓰디쓴 충고를 듣고 말았다. 승만은 화려하게 귀환한 강훈에게 90도 고개 숙여 경솔했던 자신의 행동에 용서를 구했다. 강훈은 자신과 닮은 듯한 안타까운 행보를 걷는 승만에게 "승만아, 나한테 한 번 뻗대보지 그랬어. 멋지게..니까짓 게 나를 아무리 짓밟아 뭉개도 난 비굴해지지 않는다. 굽히지 않는다. 나는 나니까 이렇게 말야"라며 의미심장한 말을 던졌다. 마치 지난날 성공과 출세를 위해 비굴한 모습도 개의치 않았던 자신에게 말하듯 강훈의 씁쓸한 충고는 시청자들에게도 깊은 여운을 남겼다.
이강훈을 통해 가장 극대화된 '욕망의 어드벤처' 공간인 천하대 종합병원은 거듭된 배신과 결탁, 여전히 오리무중인 인간관계, 출세를 향한 살벌한 암투를 통해 흡사 새옹지마 같은 인간만사를 표현해내며 시청자들의 공감을 사고 있다. 종영 4회를 남긴 '브레인'이 어떤 결말을 맺을 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김명은 기자 dram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