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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리온스의 새 숙제, '이동준-최진수 공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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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나가던 오리온스에 새 숙제가 생겼다.

오리온스는 지난 5일 전자랜드를 꺾고 시즌 첫 연승을 신고했다. 하위팀답지 않은 경기력으로 강팀을 잡는 고춧가루부대 역할을 톡톡히 하던 차에 유일하게 연승이 없던 팀이라는 오명까지 떨쳐냈다. 하지만 이 기분은 오래가지 않았다. 7일 모비스전에서 65대80으로 무기력하게 패한 것.

공교롭게도 이날은 부상으로 코트를 떠나있던 이동준이 복귀한 날이다. 이동준은 1쿼터 종료 2분여를 남기고 코트에 투입됐다. 지난해 11월11일 KCC전 이후 57일만의 복귀. 용병 크리스 윌리엄스와 최진수, 이동준이 모처럼 함께 뛰는 모습이 실현됐다. 김동욱이 교체아웃되면서 라인업은 1라운드 오리온스의 모습을 보는 듯 했다.

하지만 이후 이동준과 최진수의 동선이 겹치는 모습이 자주 보였다. 골밑에서 수비 위치를 잡다 우왕좌왕하며 미스매치가 발생하는 일도 있었다. 오랜만에 투입된 터라 이동준의 감각도 좋지 못했다. 2쿼터 초반 이동준이 자유투 2개를 놓치고 턴오버를 범하자. 다시 김동욱과 교체되며 물러났다. 하지만 오리온스는 좀처럼 득점을 올리지 못했다. 무엇보다 자리를 계속해서 옮기던 최진수가 침묵했다.

결국 추일승 감독은 2쿼터 중반 최진수 대신 이동준을 투입했다. 2쿼터 후반에는 윌리엄스를 빼고 최진수-이동준 카드를 써보기도 했다. 최진수는 2쿼터와 3쿼터 무득점에 그쳤고, 오리온스는 모비스에게 무기력하게 점수를 헌납했다.

추 감독은 이렇게 윌리엄스-최진수-이동준의 공존을 시험해봤다. 가장 좋지 못했던 결과는 세명이 함께 뛰었을 때였다. 결국 추 감독은 3쿼터부터는 최진수와 이동준을 함께 뛰지 않게 했다.

이동준은 최진수와는 플레이스타일이 다른 선수다. 최진수보다 활동량이 적다. 페인트존 안에서 자리를 잡고 상대 빅맨들과 1대1 공격을 즐기는 스타일이다. 이날 역시 상대 수비를 등지고 골밑을 파고 들거나, 바깥쪽으로 움직이며 미들슛을 던졌다.

오리온스는 이동준이 없는 동안 윌리엄스-김동욱의 2대2 플레이를 바탕으로 공격루트를 뚫었다. 최진수가 골밑에서 활발히 움직였고, 셋의 움직임으로 생긴 공간에서 조상현 전정규 등이 외곽포를 터뜨렸다. 하지만 이동준이 들어오면서 새로 판을 짜야할 상황이다.

가장 좋은 시나리오는 세명의 장점을 융합해 최고의 모습으로 끌어내는 것이다. 또한 2,3,4번 포지션을 오가는 김동욱까지 함께 뛰게 해야 한다. 김동욱은 다른 선수들의 공간을 만들어주기 위해서라도 꼭 필요한 선수다.

이중 누구 하나 벤치에 앉는 시간이 길어진다거나, 겹치는 동선으로 공수 모두에서 역효과가 나는 것만은 막아야 한다. 오리온스가 이 어려운 숙제를 어떻게 풀어갈까.

이명노 기자 nirvan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