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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천수의 K-리그 복귀, 이대로 물거품 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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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전남 드래곤즈 구단 홈페이지에는 '전남 드래곤즈 구단과 팬들께 드리는 사과문'이라는 제목의 장문이 올라왔다.

작성자는 '이천수'. 2009년 6월 코칭스태프에게 항명하고 팀을 무단이탈해 사우디아라비아리그 알 나스르로 이적했던 '풍운아' 이천수(31)였다. 이천수는 파문 이후 전남 구단 측에 의해 임의탈퇴 선수로 공시되어 K-리그 복귀가 막혀 있는 상황이다.

고향인 인천 집에서 글을 올린다고 밝힌 이천수는 '전남에서 문제가 일어났을 때는 경제적으로 많이 힘든 시기였다. 팀원의 본분을 잊고 이기적인 행동을 했다. 시간이 지나면 해결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내 착각이었다'고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그러면서 '내 행동에 진심으로 반성하고 있다. K-리그로 돌아가게 된다면 다시는 문제아, 악동이 아닌 좋은 모습, 밝은 모습만 보여주겠다고 약속한다. 전남과 관련된 모든 분들이 그 때의 잘못을 용서해 주셨으면 좋겠다'고 읍소했다.

하지만, 전남 측의 반응은 차가웠다. '이천수 K-리그 복귀 불가'를 못 박았다. 이천수가 글을 올린 지 몇 시간 지나지 않은 시점에 보도자료를 냈다. 전남은 '최근 이천수 선수가 언론을 통해 사과의 뜻을 밝히고 K-리그로 복귀의사를 밝혔지만, 임의탈퇴 선수 공시를 철회할 의사가 없다. 이천수의 사과에 진정성이 없고 유사사례의 재발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된다'고 주장했다.

전남의 반응에 대해 이천수 측은 "구단에 찾아간 것과 언론 인터뷰를 한 것 모두 사죄를 하기 위해서였다. 구단 홈페이지에 글을 직접 남기면 팬들에게 사죄하고자 하는 진정성이 드러날 것 같았다"고 했다. 전남 구단 관계자는 "보도자료는 예전부터 미리 작성을 해 뒀던 것으로 시점을 두고 고심하고 있었을 뿐, 이천수가 홈페이지에 남긴 글과 상관없다"고 강조했다.

양측은 지난해 연말 한 차례 만남을 가지면서 문제를 풀어가는 듯 보였다. 이천수가 광양의 전남 구단 사무실을 찾아갔다. 유종호 사장과의 만남은 이뤄지지 않았으나, 김영훈 단장과 잠시 이야기를 나누면서 냉랭했던 분위기가 다소 풀어졌다. 김 단장은 이천수에게 "지금부터라도 잘못을 반성하고 많은 사람들에게 용서를 빌라"는 조언을 하기도 했다. 전남 구단 사정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이런 분위기가 오래 가지 못한채 다시 돌아선 이유로 당사자 외의 움직임을 지적했다. 이천수 본인이 직접 나서지 않고 주변에서 문제를 거론하면서 전남의 정서를 자극했다는 것이다.

"최근 축구계 일부 인사들이 전남 모기업인 포스코의 관계자들과 접촉해 이천수 문제를 거론했는데, 이것이 서서히 풀어질 것 같던 전남의 마음을 굳게 만들어 버린 것 같다. 전남이 이천수의 진정성을 의심하는 것은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다."

당분간 이천수의 K-리그 복귀는 힘들어 보인다. 전남 구단 관계자는 "정말 사죄를 하겠다면 말보다는 행동이 필요하다. 전남 팬들을 비롯한 K-리그 전체가 이천수의 복귀를 바라는 시점이 될 때 임의탈퇴 해제 문제를 생각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팬들의 의견도 엇갈리고 있다. 대부분이 '이전에도 물의를 일으킨 만큼 복귀는 시기상조'라는 뜻을 드러냈다. 그러나 일부 전남 팬들은 이천수가 구단 게시판에 올린 글 밑에 단 댓글을 통해 '전남에서 백의종군하는 모습을 보이겠다면 복귀에 찬성한다'는 생각을 밝히기도 했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