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호, 너 때문에 죽겠다."
'야왕' 한대화 감독은 그래도 즐겁게 시작했다.
6일 한화 선수단 시무식을 한 한 감독의 부담감은 누구보다 클 것이란 예상이 가능하다.
박찬호 김태균 송신영 등 거물급을 받아들이면서 주변의 기대치가 부쩍 커졌다.
정승진 한화 구단 대표도 이날 신년사에서 올시즌 우승을 이룩하자고 천명했다.
프로 스포츠 세계가 다 그렇듯 선수 한 두명 보강된다고 당장 우승을 달성하는 것은 아니다. 이 사실을 잘아는 평생 야구인 한 감독으로서는 내심 부담이 크다.
하지만 한 감독은 특유의 유머 화법으로 올시즌을 기분좋게 출발했다. 한 감독은 시무식 인삿말에서 선수들에게 "사실 부담스럽겠지만 그 부담감을 즐기는 한 해가 되자"고 당부했다.
이후 한 감독은 녹슬지 않은 말솜씨로 부담감을 녹여나갔다. '주변의 기대가 높아 부담되지 않느냐'는 질문을 받자 한 감독은 "어느 팀이든 전부 다 부담스럽지 그렇지 않은 팀이 어디 있겠어"라고 하더니 "우리는 그 부담이 조금 더 있을 뿐이지"라며 껄껄 웃었다.
모자를 벗은 한 감독의 머리에 부쩍 흰머리가 많아 보였다. 이에 대해 한 감독은 "머리가 자꾸 근질거려서 염색을 하지 않았다"며 고민 때문에 흰머리가 늘어난 게 아님을 강조했다.
그러면서도 "일일이 머리카락을 세어 보지는 않았지만 조금 늘기는 했을 것"이라고 말해 주변의 웃음을 터뜨렸다.
한 감독은 올해 1일부터 3일까지 사흘 동안 대전구장 앞 보문산 정상에 올랐다고 소개했다. 한 번만 올라가면 '약발'이 안먹힐 것 같아서 '삼 세 번'으로 새해 소망을 빌었다는 것이다.
박찬호가 담당 기자들과 티타임을 할 때 잠깐 동석했던 한 감독은 여기서도 유머 감각을 잃지 않았다.
박찬호를 보자마자 "야, 박찬호 너 때문에 죽겠다"라고 앓는 소리를 했다. 박찬호 입단 이후 언론사 인터뷰 요청이 쇄도하는 바람에 정신이 없었다는 것이다.
대신 박찬호를 향해 "찬호가 내 머리카락 몇 개는 까맣게 만들어 주지 않겠냐"며 '보상대책'을 제시하기도 했다. 대전=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