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마크 덩크슛 찬스에서 실수가 나오면 선수들은 어떤 기분일까.
지난 3일 안양 KGC와 전주 KCC의 맞대결에서 상당히 흥미로운 장면이 나왔다. 20-20으로 팽팽한 2쿼터 초반이었다. KGC의 턴오버로 KCC에게 역습 찬스가 생겼다. 공은 디숀 심스와 전태풍을 거쳐 하승진에게로 연결됐다.
근처에 KGC 선수는 단 한명도 없는 완전 노마크 찬스. 하승진은 투핸드 덩크슛을 시도했는데 공은 림 안으로 빨려들어가지 않고 튕겨나왔다. 하승진의 얼굴은, 망연자실한 듯한 표정이었다. 누구도 기대치 못했던 장면이었다. 그후 공교롭게도 KCC는 주도권을 빼앗겼고 결국 54대70으로 패했다.
KCC는 불과 며칠전에 비슷한 일을 겪었다. 용병 디숀 심스가 12월31일 고양 오리온스와의 홈게임에서 종료 2분여를 남겨놓고 덩크슛을 시도하다 낭패를 봤다. 전태풍이 스틸에 이어 심스에게 패스했다. 노마크 찬스였다. 성큼성큼 움직인 심스는 덩크슛을 위해 점프하는 순간 공을 놓치고 말았다. KCC는 따라붙을 수 있는 찬스를 살리지 못하고 결국 78대87로 졌다.
이처럼 민망한 덩크슛 실패때 어떤 기분인지를 선수에게 물어봤다. 용병들이 덩크슛을 많이 시도하기 때문에 전자랜드 허버트 힐과 원주 동부의 로드 벤슨에게 질문했다.
허버트 힐은 "(그럴때면) 몹시 창피하고 부끄럽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다음 동작에 큰 영향이 있을 정도로 마음속에 담아두지는 않는다. 다음 동작에 조금 더 집중하려고 노력
한다. 실수를 만회하기 위해서 더 적극적으로 경기에 임하려 한다"고 말했다. 로드 벤슨은 "창피하다. 그런데 잊어버리려 노력한다"고 답했다.
혹시 노마크 덩크슛 실패를 바라보는 같은 팀 동료선수들에게도 영향이 있지 않을까. 전자랜드 유도훈 감독은 웃으며 "덩크슛 실패가 나온다고 해서 가드진이 흔들린다거나 하는 일은 없다"고 경험담을 말했다. 이어 유 감독은 "보통 팬들은 키큰 선수가 덩크슛을 굉장히 손쉽게 할 거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게 아니다. 덩크슛은 상황에 따라 점프와 파워를 달리해야 하고 또 손도 다치지 않도록 신경써야 한다. 무작정 키 크다고 되는 게 아니라 상당히 고급기술이다"라고 설명했다. 가끔씩 실수가 나오는 게 당연하다는 의미였다.
선수 출신의 모 구단 관계자는 "노마크 덩크슛 실패는 선수 본인에게 심리적으로 큰 타격을 준다. 창피하니까. 그거, 센 거다"라며 웃었다. 때때로 덩크슛 실패를 만회하기 위해 무리하게 움직이다가 오히려 경기 흐름을 거스르는 사례가 나오는 것도 그같은 이유 때문일 것이다.
김남형 기자 star@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