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공만 빠른 투수라는 이미지를 벗어 던지고 싶다."
야구팬들에게 큰 인기를 얻는 두 가지 유형의 선수가 있다. 시원한 홈런을 쏘아올리는 거포 스타일의 타자, 그리고 불같은 공을 던지는 강속구 투수다. 롯데에서는 이대호라는 거포가 타자로서 팬들의 갈증을 확실하게 풀어줬지만 마운드에서는 이 선수가 미완의 대기로 남으며 아쉬움을 남게 했다. 그 주인공은 바로 '파이어볼러' 최대성이었다. 롯데팬들의 영원한 로망이던 그가 돌아온다. 지난 11월 2년여간의 공익근무를 마친 최대성이 올시즌 부활을 위해 힘찬 날갯짓을 하고 있다.
최대성은 2007년 5월10일 인천에서 열린 SK와의 경기에 등판, 158km라는 강속구를 뿌리며 큰 화제를 몰고왔다. 팬들은 "롯데의 마무리 문제를 해결해줄 선수"라며 흥분을 감추지 못했었다. 하지만 빠른공을 던지는 투수들이 가지는 고질적인 약점, 제구력이 문제였다. 여기에 부상도 그의 발목을 잡았다. 팔꿈치가 아팠다. 결국 2008년 7월 팔꿈치인대접합수술을 받고 2009년 말 공익근무요원으로 입대했다. 그렇게 팬들에게 최대성이라는 이름 석자가 잊혀지기 시작했다. 최대성은 당시를 회상하며 "그 땐 포수 미트 가운데만 보고 던지던 시절이었다. 경험이 많이 부족했고 어렸었다. '파이어볼러'라는 수식어가 부담스럽기도 했다"는 솔직한 심경을 밝혔다.
이제는 몸도, 마음도 확 달라진 최대성이다. 최대성은 소집해제 후 곧바로 롯데의 마무리 훈련에 합류해 정상적인 훈련을 모두 소화했다. 지금도 개인 훈련에 한창이다. 최대성은 "공익근무를 하면서도 퇴근 후 개인훈련을 계속 해와 몸상태는 아주 좋다. 팔꿈치 통증도 전혀 없다"며 "스프링캠프 때까지 더욱 확실하게 몸을 만들 생각"이라고 밝혔다.
야구계에서는 '강속구 투수들의 자신의 투구 스피드에 집착할 수 밖에 없다'라는 속설이 있다. 실제로 많은 젊은 투수들이 스피드에 집착하다 투구 밸런스를 잃고, 부상을 당해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았다. 4년여간의 공백을 가진 최대성에게 스피드는 어떤 의미일까. 최대성은 "다시 158km를 던지고 싶은 마음은 없다. 쉬는 동안 많은 경기를 보며 마인드컨트롤에 애썼다. 빠른 공을 던지는게 전부가 아니라는 생각을 했다. 135km를 던지더라도 프로무대에서 통할 수 있는 공을 던지고 싶다. 진짜 투수가 되고 싶다"라고 담담히 말했다. 그의 말투에서는 비장함마저 묻어났다.
"현실적인 목표는 올시즌 1군에서 던지는 것"이라고 밝힌 최대성은 "모든 투수들이 그렇듯 내 목표는 롯데의 선발투수가 되는 것이다. 나는 부상 경력도 있다. 투구수와 상관없이 매일 등판해야하는 중간계투 자리는 아무래도 부담이 있다"고 설명했다. 현실적으로 최대성이 노릴 수 있는 자리는 5선발이다. 하지만 이재곤, 김수완, 진명호 등 뛰어난 후배들과 경쟁을 벌여야 한다. 그는 이에 대해 "자리를 비운 사이 정말 좋은 후배들이 많이 들어왔더라"면서도 "후배들과 선의의 경쟁을 펼쳐보고 싶다. 내 제2의 야구인생은 지금부터 시작"이라고 힘차게 말했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