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행 꼬리표에서 자유로워진 최용수 FC서울 감독(41).
2012년 그의 이상은 확고했다. 비상이었다. '독수리'는 새로운 세계를 향해 날개를 활짝 폈다.
천당과 지옥을 넘나들었다. 지난해 개막 한달 만에 수석코치에서 감독대행으로 승격했다. 리그 15위를 달리던 팀을 3위로 끌어올렸다. 하지만 해피엔딩의 문턱에서 좌절했다. 정규리그에선 6강 플레이오프, 아시아챔피언스리그에서는 8강에서 탈락했다.
지도자 최용수의 가능성은 인정받았다. 서울은 지난달 최용수를 정식 감독에 선임됐다. 새해 벽두부터 분주하다. 최용수호는 3일 임진년의 닻을 올렸다. 신임 감독 최용수를 5일 경기도 구리 GS챔피언스파크에서 만났다.
겉과 속의 색깔은 달랐다. 미소와 여유가 흘렀지만 승부욕은 무서웠다. "이제부터 정말 실전이다. 대행으로 있을 때 다소 불완전한 면이 없지 않았다. 지난해는 숨고르기였다. 2010년 우리의 위치(우승)로 돌아갈 것이다. 확고한 신념을 앞세워 나만의 축구를 팀에 입힐 것이다. K-리그를 선도하는 FC서울다운 성적과 흥행으로 힘차게 뻗어나갈 것이다."
거울은 지난 시즌이다. 뇌리를 여전히 지배하고 있다. 그는 "1%가 세상을 이끌어간다고 한다. 1%는 늘 미래의 그림을 그려가면서 현재를 살아간다. 99%의 사람들은 다음 수를 보지 못한다. 지난해 나는 결국 99%의 부류였다. 올해는 1%가 되겠다"고 했다.
다만 초심은 잃지 않겠다고 했다. 최 감독은 지난해 허물없는 '형님+긍정 리더십'으로 K-리그에 신바람을 일으켰다. "초심이 중요하다. 나는 변하지 않았고 변하지 않을 것이다. 감독이 됐다고 해서 변한다면 더 이상 이 자리에 설 이유가 없다. 최용수 감독이라는 이름은 내려 놓았다"며 다부지게 말했다.
칼날은 더 예리해졌다. 영원한 앙숙이자 K-리그 최고의 라이벌 수원 얘기가 나오자 "내 머릿속에는 수원이 없다. 축구는 팀으로 하기 때문이다. 대행시절 짧은 7개월이었지만 막강한 조직력을 구축했다. 돈으로 다 되는 것은 아니다. 개인보다 팀이 위대하다는 것을 알고 있다. 두 번 실수는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
우승을 다툴 라이벌 구단들이 전력 보강에 혈안이 돼 있다. 전북은 김정우, 수원은 라돈치치, 울산은 이근호 등을 영입하며 겨울이적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서울은 폭풍 전야의 적막이 흐르고 있다. 최 감독은 "조용하지만 3~4명은 더 수혈할 계획이다. 아무래도 수비 보강에 초점을 맞출 계획"이라고 했다.
2012년 K-리그의 환경이 달라진다. 2013년 1,2부 리그 승강제 도입에 앞서 상, 하위팀을 구분해 리그를 진행하는 '스플릿 시스템(split system)'이 실시된다. 정규리그 30경기를 치른 뒤 1~8위와 9~16위팀을 상-하위 리그로 분리해 14경기를 더 해 우승팀을 가린다.
최용수 축구의 화두는 여전히 공격이었다. "시즌 초반부터 승부를 걸어야 한다. 상대의 수비축구를 공략하는 것이 숙제다. 난 빠른 템포의 역동적인 축구를 선호한다. 지난해는 절반의 성공이었다. 올해는 완성도를 더 높일 계획이다. 더 섬세해진 플레이로 팬들을 기쁘게 하겠다."
최 감독의 책상에는 영어로 적힌 훈련 계획과 함께 '통계와 과학이 그를 신이 되게 했다'라는 장영재 교수의 칼럼이 한켠을 차지하고 있었다. 그는 "결국 스포츠도 과학이다. 늘 배워야 한다. 공부하지 않으면 뒤처진다"며 웃었다.
감독 최용수의 꿈은 잔잔했다. 굳이 말로 채색할 필요가 없었다. "모두가 우승을 얘기한다. 굳이 목표를 우승이라고 얘기하고 싶지는 않다. 목표가 무엇인지는 선수들이 알고 있다." 구리=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