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대표팀은 한 나라 축구의 얼굴이다. 현재이자 미래이기도 하다. A대표팀 감독이라면 갖고 있을 '베테랑과 영건 중 어느쪽에 포커스를 맞출 것인지'에 대한 고민은 여기서 출발한다.
한달 남짓한 사이 A대표팀의 무게중심은 미래에서 현재로 바뀌고 있다. 최강희 신임 A대표팀 감독은 베테랑 위주의 대표팀 운용을 다시한번 천명했다. 최 감독은 3일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최고의 능력을 갖춘 선수들을 구상하고 있다. 나이나 경력을 불문하고 최고의 경기력을 발휘할 수 있는 선수들을 뽑을 것이다. 베테랑 등 경험 많은 선수들 위주로 할 것"이라고 했다. K-리그를 주름잡고 있는 곽태휘(31·울산) 김정우(30·성남) 이동국(33) 조성환(30) 등과 노장 김상식(36·이상 전북)까지 최강희 리스트에 거론되고 있다. 이는 젊은 선수들을 중용했던 전임 조광래 감독의 방침과는 180도 다르다.
조 감독은 젊은 선수들을 전폭적으로 신임했다. 23세 이하의 올림픽대표팀과 선수 차출을 두고 갈등도 불사하지 않았다. 가능성 있는 어린 선수라면 대표팀에서 직접 조련하길 원했다. 지동원(21·선덜랜드) 남태희(21·레퀴야) 손흥민(20·함부르크) 등은 조 감독이 키워낸 대표적 영건이다. 이 과정에서 이동국 김정우 등과 같은 베테랑들이 소외됐다. 베테랑을 배제한 조 감독의 철학을 두고 비판의 목소리가 높았지만, 조 감독은 뜻을 굽히지 않았다.
최 감독과 조 감독이 극단적인 시각차이를 보인 것은 종착역의 시점 차이다. 최 감독은 자신의 임기를 월드컵 최종예선까지로 못박았다. 1년6개월의 짧은 시간동안 성과를 내야한다. 당연히 실패 확률이 있는 영건들보다 완성된 선수를 선호할 수 밖에 없다. 아시아무대만 생각하면 된다는 점도 베테랑 위주의 대표팀 구성 계획에 한 몫을 했을 것이다. 대표 경력이 많은 베테랑들은 일본 정도를 제외하면 아시아팀과의 경기에서 져본 기억이 별로 없다. 반면 조 감독은 2014년에 있을 브라질월드컵 본선 무대를 그리고 있었다. 아시아를 넘어 월드컵에서 마주칠 유럽과 남미팀과의 대결도 염두에 뒀다. 변화할 가능성이 높은 선수들로 새로 판을 짤려고 했다. 2년 뒤 체력적으로나, 경기력으로나 하향세에 있을 노장 선수들보다는 정점을 향해 갈 20대 초반의 젊은 선수들을 중용한 이유다.
두 감독의 선택을 두고 누가 옳고 그른지를 가리기 어렵다. 역사가 말해준다. 1998년 프랑스월드컵에서 베테랑에 의존한 독일과 2006년 독일월드컵에서 신예를 전면에 내세운 스페인은 철저히 실패했다. '우승제조기'로 유명한 명장 파비오 카펠로 감독조차 잉글랜드 대표팀을 이끄는 동안 베테랑과 영건 사이에서 시행착오를 계속하고 있다. 분명한 것은 최강팀 구성이 전제가 돼야 한다는 점이다. 성향은 다음 문제다. 최 감독의 말대로 나이와 경력을 불문하고 최고의 경기를 펼치는 선수들에게 기회가 주어져야 한다.
대표팀 유니폼은 그 나라에서 가장 뛰어난 선수에게만 허락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