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은 올림픽의 해다. 벌써부터 런던올림픽 본선에 시선이 쏠려있다. 기성용 구자철 지동원 등 유럽파가 합류한다면 사상 최강의 올림픽대표팀이 될 수 있다는 장미빛 전망도 나오고 있다. 1월 5일부터 시작되는 올림픽대표팀 훈련은 그래서 관심이 모아진다. 홍명보 올림픽대표팀 감독의 의중을 읽을 수 있는 시험무대기 때문이다. 올림픽대표팀의 떠오르는 별 한국영(22·쇼난 벨마레)은 두려움반 설레임반으로 훈련을 기다리고 있다.
홍 감독은 팀을 최우선으로 생각한다. 아무리 능력이 뛰어나도 팀웍을 해칠 수 있는 선수라면 과감히 제외한다. 반면 팀을 위하는 선수라면 이름값이 부족해도 과감히 중용한다. 한국영은 그런 홍 감독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10월 7일 우즈베키스탄과의 친선경기부터 내리 3경기 연속 선발출전하며 새롭게 올림픽대표팀의 수비형 미드필더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2명의 수비형 미드필더 중 박종우, 정우영 등이 번갈이 기용되는 와중에도 한국영은 홍 감독의 두터운 신임을 얻고 있다.
한국영은 모범생이다. 군인 아버지를 둔 탓인지 선수시절 그 흔한 숙소이탈도 해본 적이 없다. 남들 다 원하는 주장 자리도 매번 고사할 정도로 튀는 것을 싫어한다. 조용히 한발 물러서 동료들을 감싸는 것을 좋아한다. 그런 그에게도 올 런던올림픽은 놓칠 수 없는 목표다. 그는 "올림픽대표팀에 합류하면 밀려날까 두렵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내 색깔을 보여준다면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한다"며 조용히 자신감을 보였다.
20세에 J-리그에 진출하며 쌓은 경험이 그를 강하게 만들었다. 자기보다 실력이 떨어지는 선수들이 중용되는 모습을 보며 울기도 많이 울었다. 독하게 마음 먹고 일본어를 배웠다. 오전 훈련이 끝나면 오후 개인 훈련을 빼먹지 않았다. 너무 많이 훈련해 구단이 싫어할 정도였다. 일본에서 2년, 독일 베르더 브레멘에서 1년 총 3년동안 외국생활을 하면서 태극마크에 대한 의지가 커졌다. 지난해 8월 천안 소집훈련에 선발됐을때 구단에 꼭 가고 싶다고 요청했다.
한국영은 홍 감독 앞에서 달라진 자신의 모습을 보였다. 한국영과 홍 감독의 인연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한국영은 2009년 20세 이하 청소년대표팀에도 소집됐지만 최종 멤버에는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한국영은 "당시에는 내 색깔이 부족했다. 나에 대한 자신감도 없었다"고 했다. 일본에서 프로생활을 하며 몸싸움, 패싱력 등을 꾸준히 키운 한국영은 홍 감독의 마음을 사로잡는데 성공했다. 동료들과의 관계도 즐겁다. J-리그 선수들과만 어울릴줄 알았는데 안친한 동료가 없다 싶을 정도로 분위기가 좋다.
한국영은 기성용을 롤모델로 삼았다. 기성용처럼 유럽에서도 밀리지 않기 위해 웨이트 트레이닝을 거르지 않는다. 롤모델은 곧 경쟁자가 된다. 유럽파가 합류한다면 수비형 미드필더 자리를 두고 경쟁을 피할 수 없다. 한국영은 "선수들끼리도 본선 엔트리에 대해 많이 얘기한다. 분명 변수가 있을 것이다. 하지만 운동량이나 나만의 장점이 있다. 쉽게 물러나지 않을 것"이라며 각오를 다졌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