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렉스 퍼거슨 맨유 감독과 웨인 루니 사이가 심상치 않다. 냉랭하다 못해 결별의 징후들이 나타나고 있다. 둘의 관계가 최대 위기에 봉착했다.
루니는 연말 박싱데이 기간이었던 지난달 27일 위건과의 경기를 마치고 팀 동료인 조니 에반스, 대런 깁슨과 함께 파티를 가졌다. 퍼거슨 감독은 분노했다. 이 파티는 코칭스태프의 허락을 받지 않은 채 열렸다. 퍼거슨 감독은 파티에 참석한 문제아 3인방을 1일 블랙번전 출전선수 명단에서 뺐다. 각자의 주급에 해당하는 벌금을 내도록 했다. 루니는 2만파운드(약 3억6000만원)의 벌금을 물게 됐다. 거액의 벌금과 사상 초유의 출전 정지 사태에 영국 언론들은 '드디어 퍼거슨 감독과 루니 사이가 벌어졌다'며 입방아를 찧고 있다. 결별 가능성까지 제기하고 있다. 맨유가 뒤늦게 사태 수습에 나섰지만 영국 언론들의 호들갑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다 이유가 있다. 그동안 퍼거슨 감독과 루니는 살얼음판을 걷었다. 2010년 10월부터였다. 재계약을 앞두고 두 사람은 충돌했다. 퍼거슨 감독은 "루니가 발목을 다쳤다"고 발표했다. 이에 루니는 바로 "난 발목을 다치지 않았다. 언제든지 뛸 수 있는 상태다"고 반박했다. 퍼거슨 감독은 "루니가 팀을 떠나고 싶어한다"고 폭로했다. 루니는 "맨유는 더 이상 우승하려는 의지를 보이지 않는다."고 응수했다. 루니의 행선지가 맨시티라는 말이 나돌면서 둘의 관계는 악화됐다. 오고가는 설전 끝에 10월말 루니는 맨유와 5년 재계약을 맺었다. 하지만 퍼거슨 감독은 "에이전트들은 더 좋은 제안을 받아내기 위해서라면 무슨 짓이라도 한다"고 루니의 에이전트를 비난하면서 묘한 뒤끝을 남겼다.
겉으로는 봉합된 것 둘 사이는 지난해 3월 다시 한번 폭발했다. 맨유가 리버풀에 1대3으로 진 뒤 둘은 가시돋힌 설전을 벌였다. 더 이상의 뒷말은 나오지 않았다. 하지만 둘 사이가 편치 않다는 것은 삼척동자도 알게 됐다.
지난해 12월 다시 한번 일이 터졌다.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맨유의 TV채널인 MUTV가 마련한 특집쇼에서였다. 선수팀과 코치팀으로 나뉘어 몸짓퀴즈를 하는 코너였다. 선수팀에서는 루니가 설명자로 나섰다. 루니가 설명해야할 단어는 영화 제목인 '슈팅 라이크 베컴(원제 : Bend It Like Beckham)'이었다. 루니는 여러가지 몸짓을 했다. 답을 말해야하는 조니 에반스와 라이언 긱스가 감을 전혀 잡지 못했다. 루니는 갑자기 손가락으로 코치팀에 있던 퍼거슨 감독을 가리켰다. 그러더니 프리킥 흉내와 함께 얼굴에 뭔가를 맞는 몸짓을 했다. 그제서야 감을 잡은 긱스는 정답을 말했다. 스튜디오는 웃음바다가 됐다. 퍼거슨 감독은 황당하다는 표정을 짓더니 "분명 대가를 치를 것이야"고 했다. 말 속에 뼈가 있었던 셈이다.
물론 겨울 이적시장에서 루니가 맨유를 떠날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 루니마저 떠나면 맨유의 전력은 크게 약화된다. 루니가 빠졌던 블랙번전이 좋은 예다. 디미타르 베르바토프가 2골을 넣었지만 결국 2대3으로 졌다. 해결사가 없었다. 퍼거슨 감독은 "프리미어리그에서 뛰려면 항상 최고의 몸 상태를 유지해야 한다. 5일 뉴캐슬 전에는 이들이 복귀할 것"이라고 말했지만 둘 사이는 당분간 불편할 것으로 보인다. 이 건 기자 bbadagu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