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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동원 아버지"내년 1월1일부터 잘하겠다고 하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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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 '내년 1월1일부터 잘할게 '하더라고요."

지동원(21·선덜랜드)이 아버지와의 약속을 지켰다. 새해 첫날밤 12시에 시작된 올해 첫 경기에서 리그 선두 맨시티를 상대로 버저비터 결승골을 넣었다. 기어이 일을 냈다. 아버지 지중식씨는 막내아들의 쾌거에 그럴 줄 알았다는 듯이 허허 웃었다. 소감을 묻자 "허허… 미치게 좋지요"라며 느릿느릿 대답한다. 좀처럼 들뜨는 법 없이 한결같은 음성이다.

될 성 부른 지동원을 전남 광양제철고에 발탁해온 허정무 인천 감독도, 애제자를 눈 딱 감고 큰물로 떠나보낸 정해성 전남 감독도 "동원이 아버지는 진짜 남자"라고 말한다. 이구동성이다. 좀처럼 속내를 드러내는 법이 없고, 대화는 곧잘 단답형으로 끊어진다. 무뚝뚝하다. 하지만 괜한 인사치레나 헷갈리는 빈말은 없다. 지난 6월 지동원의 선덜랜드 이적 때도 그랬다. 아들의 미래를 위한 결정에는 누구보다 단호했다. "한살이라도 어릴 때 큰 무대에 도전해봐야죠." 아버지는 한결같이 프리미어리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지동원은 그런 아버지를 쏙 빼닮았다.

잉글랜드 최강 클럽을 상대로 짜릿한 결승골을 넣고 펄펄 날아오른 기특한 아들에게 아버지가 건넨 말은 "그동안 마음고생 많았다"가 전부다. 지동원 역시 부모님에게 좀처럼 힘든 내색을 하지 않는다. "늘 선발로 뛰어오던 아이인데 마음고생이 왜 없었겠느냐. 부모니까 얼마나 힘들었을 지 아는 것"이라며 아들의 마음을 먼저 헤아렸다. 지동원의 선덜랜드행에는 아버지, 어머니, 큰누나 등 가족들이 동행했다. 레딩 유소년 시절 나홀로 외로운 나날을 버티며 겪었던 시행착오를 두번 다시 겪고 싶지 않았다. 어머니가 해주는 집밥을 먹고, 심리적인 안정감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에서다. 지씨는 "직접 몇개월간 몸으로 부딪친 선덜랜드는 상상보다 더 힘들고 부담스러웠지만 그 어떤 순간에도 선덜랜드를 택한 걸 후회한 적 없다"고 했다. 아들을 향한 믿음 역시 놓은 적이 없다. 2012년 전망을 묻자 "부상만 없으면 좀 좋아지겠죠"라고 답한다. 새해 아들에게 바라는 바도 한결같다. "잘 먹고, 부상 당하지 말고, 언제나 '팀'에 보탬이 될 수 있도록 열심히 하고…." 지동원이 결승골 직후 구단 인터뷰에서 "오늘의 승리는 맨시티에게 실점하지 않기 위해 우리팀 전원이 열심히 뛴 것에 대한 최고의 보상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한 것처럼 아버지도 어김없이 '팀'을 강조했다.

2012년 런던올림픽의 해, A대표팀, 올림픽대표팀, 소속팀 사이에서 누구보다 바쁜 한해를 보낼 것 같다는 말에도 아버지는 그저 담담했다. "젊은 애들인데 나갈 수만 있다면, 가야죠. 젊은데 다 이겨내야죠"라며 웃었다. 지동원 선수는 뭐라고 했을까. "동원이도 늘 '젊으니까 걱정없다. 체력은 이상없다'고 하죠." 당당함도, 침착함도 부전자전이었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