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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10년전 삼성과 닮은점과 다른점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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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시즌을 앞둔 LG는 근본적으로 10년전의 삼성과 닮아있다. 삼성은 결국엔 목표를 이뤘었다. LG는 과연 어떻게 될까.

LG는 지난해까지 9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했다. 프로야구 최다 연속시즌 4강 실패 기록이다. 이번이 10년째다. LG 김기태 신임 감독도 취임 직후 10년째라는 걸 강조했다. 강산이 한번 변하는 세월 동안 내내 가을에 들러리만 서면 안 된다는 얘기였다.

▶2002년 이맘때, 삼성은 어떤 분위기였나

10년 전의 일이다. 2002시즌을 앞두고 삼성은 그야말로 배수의진을 친 것 같은 분위기였다. 그때 삼성은 지금처럼 팀분위기가 자유롭지도 못했다.

현재 삼성 선수들은 다른 어떤 구단보다도 언론과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선수와 취재진이 자연스럽게 인사하고 대화를 나누는 것도 일상적인 모습이다. 10년 전엔 반대였다. 선수들은 프런트와 벤치의 눈치를 봤다. 경기전 훈련을 마치고 쉬는 타이밍에도 취재진과 대화를 나누는 게 자연스러운 일이 아니었다. 프런트는 선수가 취재진과 어떤 인터뷰를 했는지 하나하나 체크할 정도였다.

한국시리즈 우승에 대한 목마름이 팀분위기에 크게 영향을 미치던 시절이었다. 프로 원년 창단팀인 삼성은 85년의 전후기 통합우승을 위안삼았지만 결국엔 한국시리즈 우승을 한번도 차지하지 못했다는 스트레스에 시달렸다. 항상 강팀의 이미지를 간직하면서도 창단후 무려 20년간 한국시리즈 우승과는 인연이 없었다.

그에 앞서 2001년에 삼성은 엄청난 호기를 얻었지만 또한번 실패했다. 2000년 가을에 김응용 감독을 우승청부사로 영입한 삼성은 2001년에 파죽지세로 1위를 달리며 6할이 넘는 승률로 정규시즌 1위를 차지했다.

2001년 가을, 삼성은 남해에서 시리즈 대비 캠프를 치르며 여유가 있었다. 게다가 한국시리즈 상대는 당시 삼성이 매우 껄끄럽게 여겼던 현대가 아니라 정규시즌 3위팀 두산으로 결정됐다. 전력만 놓고 보면 '반칙 시리즈'라고 불릴 정도로 삼성의 우승이 당연해보였다. 결과는 의외였다. 삼성은 투수진 난조 끝에 2승4패로 두산에게 우승을 넘겨줬다. 삼성은 절망했다. 몇개월 뒤, 2002시즌을 앞두고 삼성 팀분위기가 비장미가 넘칠 정도로 보였던 건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LG의 2011년, 삼성과 닮은 점

삼성은, 결국엔 실패했던 2001년을 앞두고 전력보강에 힘썼다. 2001년 1월31일 롯데에 김주찬과 이계성을 내주고 마해영을 데려왔다. 롯데가 손해라는 얘기가 있었지만, 롯데로선 선수협회 문제에 깊숙하게 개입한 마해영이 다소 껄끄러운 존재였고, 삼성은 그의 장타력이 필요했다.

그해 3월21일에는 해태로부터 왼손투수 강영식을 데려왔고 야수 신동주를 보냈다. 김응용 감독 영입 직후에 한국시리즈 우승을 위해 최대한의 전력보강을 한 셈이다. 그러나 이런 과정에도 불구하고 삼성은 2001년 한국시리즈에서 패했다.

LG 역시 최근 몇년간 엄청난 선수 끌어모으기에 나섰다. 용병 투수 영입에도 많은 투자를 했다. 그 결과 2011시즌의 LG는 시즌 초반 한때 공동 1위로 올라섰고, 6월까지 상위권에서 머물며 팬들에게 큰 희망을 안겨줬다. 그러나 올스타브레이크를 앞두고 선수단 전체에 조바심 증상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취약한 불펜을 보강하기 위해 선발투수들을 뒤로 돌리는 정책을 택했지만 실패했고, 결국 LG는 또한번의 좌절을 맛봐야했다. 10년 전에 삼성이 그랬듯 말이다.

▶LG, 10년전 삼성과 다른 점

2001년말 한국시리즈에서 패한 뒤에도 삼성의 전력보강은 계속됐다.

2002년을 앞두고 FA 양준혁을 영입했다. 양준혁 역시 선수협회 문제 때문에 프로야구 사장단에게 껄끄러운 인식을 주던 시기였다. 김응용 감독은 "우승하려면 양준혁이 필요하다"고 했고 결국 깜짝 영입이 성사됐다.

그후에도 삼성은 SK와 2대6 트레이드를 단행했다. 왼손투수 오상민과 내야수 브리또가 삼성 유니폼을 입었다. 가뜩이나 화려했던 삼성 라인업이 더욱 튼튼해졌다. 2002년에도 삼성은 정규시즌 1위를 차지했고 마침내 한국시리즈에서 LG를 꺾고 첫 시리즈 우승을 차지했다. 창단후 21년만에 얻은 기쁨이었다. 쉽지 않은 승부였지만 당시 일요일 저녁 우승이 확정되던 대구구장의 그라운드에선 선수, 코칭스태프, 프런트 관계자가 모두 눈물을 보이며 감격을 만끽했다.

이제 다시 LG다. 작년의 LG가 2001년의 삼성과 비슷한 과정을 겪었다면, 그후 행보는 삼성과는 달랐다. LG는 이번 겨울 들어 조인성 송신영 이택근 등 주요 FA 자원을 다른 팀에 빼앗겼다. 특히 주전포수 조인성의 공백은 코칭스태프에게 실질적인 고민을 안겨줬다. LG는 외부 FA 영입도 하지 않았다. 아쉬움이 컸던 지난 시즌과 비교했을 때 전력마저 약화됐다.

팀 정비에는 두가지 방법이 있다. 되도록 좋은 전력을 많이 영입하는 게 첫번째다. 그게 아니라면, 선수단에 덮여있는 거품을 제거하고 완전히 새롭게 출발하는 게 두번째 방법이다. LG는 후자를 택했다. 그래서 관심이 모아진다.

성적을 못낸 LG는 선수들도, 프런트도 되도록 말을 아끼면서 자중하고 있다. 그런 면에선 10년 전의 삼성과 비슷하다. 과연 올시즌의 LG는 어떤 모습을 보일까. 우승과 4강은 근본적으로는 스케일이 다른 목표지만, 선수단의 절실함에 있어선 10년 전 삼성과 지금의 LG가 다르지 않다.

LG와 관련해선 지난 몇년간 개인주의 성향의 선수탓, 프런트탓, 고위 수뇌부의 간섭탓 등 많은 실패 요인이 제기됐다. 예년에 비하면, 현재 LG를 바라보는 업계의 시선은 차분한 편이다. 맨손으로 출발하는 김기태 감독은 과연 LG를 어떤 팀으로 변모시킬 수 있을까. 10개월후 LG의 10년사를 좌우하는 결과물이 나올 것이다.

김남형 기자 star@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