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르네상스를 잇기 위해선 구체적인 실천도 필요하다. 그 일환으로, 한여름의 축제인 올스타전을 A매치 개념으로 전환하는 방안을 추진해볼 수 있다.
엄밀히 말하면 올스타전은 다소 생기를 잃은 이벤트다. 정규시즌과 포스트시즌 등 모든 경기가 '승부'라는 치열한 배경 속에서 열리지만 올스타전은 왠지 김빠진 행사처럼 변해가고 있다.
물론 올스타전은 경기이기에 앞서 축제다. 이기려고 아등바등 매달릴 필요가 전혀 없는 것이다. 열정적인 참가 선수들은 해마다 독특한 분장으로 재미있는 이벤트를 마련하기도 한다. 하지만 근본적으로 '승부'가 없는 경기는 왠지 허전하다. 십수년 전, 저마다 올스타전 MVP가 되려고 날을 세우던 시절도 있긴 했다. 근래의 올스타전은 그저 다치지 않고 후반기 일정에 지장을 주지 앉을 정도의 수준에서만 치르면 되는, 그런 이벤트로 바뀌어버렸다. 일본프로야구 역시 올스타전의 필요성에 대해 회의를 느끼고 있다는 얘기가 흘러나오기도 했다.
이 참에 한일 올스타전을 성사시켜 보자. 한국과 일본의 20개 팀 유니폼을 입은 선수들이 올스타브레이크 때 한차례 맞붙는 것이다. 하나로 통일된 대표팀 유니폼을 입는 건 아니지만, 이렇게 된다면 일종의 A매치 성격을 갖게 된다. 한국과 일본에서 격년제로 열면 된다. 한화 유니폼을 입은 류현진이 요미우리 유니폼을 입은 강타자 무라타 슈이치와 대결한다면 그 자체로 '그림'이 된다.
프로야구 선수들간의 한일전은 흥행 보증수표라는 게 두차례의 WBC와 베이징올림픽을 통해 입증됐다. 2009년의 제2회 WBC에선 한국과 일본이 무려 5차례나 대결했는데, 그때마다 양국 야구팬들은 스트레스에 시달리면서도 엄청난 몰입도를 보였다. 이처럼 폭발력 있는 흥행 카드를 굳이 아껴둘 필요가 있을까.
일본야구기구(NPB) 역시 한일전이 자국 리그에 도움이 된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고 한국야구위원회(KBO) 관계자가 밝혔다. 실제 올초 이같은 안건을 갖고 한국과 일본 프로야구 관계자들이 만나 상의하기도 했다. KBO 관계자는 "우리나 일본이나 언젠가는 한일 올스타전을 정례화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오히려 지금은 일본쪽이 그런 의사가 더 절실한 것 같기도 하다"고 말했다.
물론 마음 먹는다고 손쉽게 성사될 일은 아니다. 아시아시리즈의 경우엔 리그 우승팀만 움직이면 된다. 올스타전은 결국엔 A매치 대표팀을 구성하는 것과 마찬가지라서 서로가 부담을 느낄 수 있다. 패하는 쪽이 안게 되는 부담도 만만치 않을 것이다. 대신 소속팀 유니폼을 입고 경기를 치른다는 점에서 대표팀 유니폼을 입고 뛸 때와는 뭔가 미묘하게 다른 분위기가 연출될 가능성도 충분히 있다.
KBO는 2012년에 아시아시리즈를 개최한다는 입장이다. 같은 해에 한일 올스타전까지 동시에 진행하는 건 쉽지 않을 것이다. 그래도 추진해볼만 한 사안이다. 선수들에게 주는 수당은 각 사무국이 처리하고, 올스타전 경비는 개최 사무국에서 대면 된다. KBO와 NPB가 모두 필요성을 느끼고 있다면, 하루라도 빨리 적극적인 노력으로 이어가는 게 중요하다.
김남형 기자 star@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