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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청객' 구영탄, 스포츠조선에 돌아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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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쯤 감은 졸린 듯한 눈, 사방으로 뻗은 머리, 철없는 사고뭉치지만 엄청난 내공과 순수한 심성을 간직한 '불청객' 구영탄이 스포츠조선에 돌아온다.

스포츠조선은 불청객 시리즈로 유명한 고행석 화백(63)의 2006년 히트작 '커브'를 2012년 1월2일부터 싣는다. '커브'는 한국에서 퇴출된 사고뭉치 투수 구영탄의 통쾌한 메이저리그 정복기를 그린 작품이다. 활화산처럼 일고 있는 프로야구 붐을 타고 전격 연재를 결정했다. 지난 1996년 본지에 '쥐구멍과 햇볕'을 연재했던 고 화백으로서는 16년 만의 귀환이다. <편집자 주>



"오랜만에 지면을 통해 다시 독자들과 만나게 돼 설레고 떨립니다."

서울 내발산동 화실에서 만난 고행석 화백은 원고를 들고 이리저리 출판사를 뛰어다녔던 30여년 전을 떠올렸다. 떨리는 마음으로 계단을 올라갈 때 느꼈던 감흥이 되살아난다고 했다. 고 화백의 얼굴에서 살짝 미소가 번졌다.

2006년 발표한 '커브'는 프로야구 인기를 타고 기획된 작품이다. 총 40권으로 출간됐지만 이번 연재를 위해 28권 분량으로 내용을 압축했다. 한층 템포가 빨라져 오히려 드라마가 살아났다는 자평이다.

"야구를 소재로 한 만화를 많이 했어요. 그 가운데서도 '커브'는 특히 애착이 많이 가는 작품입니다."

'커브'에는 탬파베이 데블레이스를 비롯해 뉴욕 양키스, 보스턴 레드삭스 등 실제 메이저리그 팀들이 등장한다. 제이슨 지암비, 마리아노 리베라 등 선수들 이름도 비슷하게 인용된다. 왜 국내 프로야구가 아니라 메이저리그를 소재로 했을까?

"사실 국내 프로야구는 잘 몰라요.(웃음) 메이저리그를 좋아합니다. 90년대 후반 박찬호 때문에 관심을 갖게 돼 지금도 메이저리그 경기만 열심히 보고 있어요. 추신수(클리블랜드) 선수의 열성팬이지요."

'커브'의 주인공 역시 그의 '분신'인 구영탄이다. 고행석 화백이 80년대에 탄생시킨 구영탄은 한국만화사에 길이 남을 최고 인기 캐릭터 중 하나이다. 이 불멸의 주인공은 어떤 과정을 통해 태어났는지 예전부터 무척 궁금했다.

"80년대 당시 인기 무협소설의 주인공 중에 '노영탄'이라는 이름이 있었어요. 그 소설을 열심히 읽다가 문득 성을 구씨로 바꾸면 어떨까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당시 많이 쓰던 연탄인 구공탄을 연상시키기도 해 만화 캐릭터 이름으로는 딱 어울릴 것 같았습니다."

반쯤 감은 눈과 삐쭉빼쭉 헤어스타일은 국내에 '도전자 허리케인'으로 번역됐던 일본 인기만화 '내일의 조' 주인공을 변형시켰다. 그래서 나온 것이 80년대 초 '요절복통 구영탄'. 엉뚱하고 밉상이지만 착한 심성과 놀라운 능력을 지닌 구영탄은 등장하자마자 대박을 쳤다. 박은하, 박달마, 마구만 등 개성 강한 조연캐릭터들과 절묘한 앙상블을 이루며 독자들의 배꼽을 잡게 했다. 고화백은 구영탄을 '항상 손해보는 슈퍼맨'이라고 정의했다.

"제가 신경이 좀 예민해서 작품 만큼은 편하게 그리고 싶었어요. 작품을 통한 치유라고나 할까요? 아울러 독자들 마음도 편안하게 해주고 싶었지요. 세상 뭐 별거있냐, 근심 걱정하지말고 구영탄처럼 태평하고 여유있게 사는게 어떠냐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습니다."

바쁘고 힘들게 살아가는 보통 사람들에게 구영탄은 그의 말대로 큰 위안을 주었다. 불청객 시리즈가 빅히트를 기록하던 80년대 후반부터 90년대 초반까지 그는 "만화 덕분에 세상 살 용기를 다시 갖게 됐다" "내가 지금까지 잘 못 살아온 것 같다"는 팬레터를 무수히 받았다.

'커브' 역시 구영탄의 기본 캐릭터가 고스란히 살아있다. '천방지축 망나니'라는 출발선이 기존 작품들과 차별화되지만 따뜻한 심성, 놀라운 능력, 주변 사람들에게 행복 바이러스를 전파하는 힘 등은 여전하다.

고화백은 "'커브'는 야구를 소재로 한 러브스토리"라며 "이 작품을 통해 많은 분들이 삶의 희망과 용기를 얻었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김형중 기자 telos21@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