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랜드는 야심차게 '빅 4'를 사용했다.
가드 신기성을 제외하곤 모두 1m90이 넘는 포워드와 센터였다. 이현호(1m92) 함누리(1m95) 문태종(1m98), 허버트 힐(2m3) 등을 모두 코트에 투입했다.
높이에 초점을 맞춘 스타팅 라인업. 부상으로 빠진 KCC 하승진(2m21)의 공백을 최대한 이용하려는 전자랜드 유도훈 감독의 의도였다.
하승진이 빠진 KCC는 골밑이 허전했다. 용병 디숀 심스(2m3)도 포워드형 용병이었다. KCC 허 재 감독은 "높이를 공략하려는 상대의 의도대로 되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부지런히 움직일 것"이라고 했다. 유 감독 역시 "하승진이 없기 때문에 KCC의 높이 약점을 공략할 수밖에 없지만, 제대로 될 지는 의문"이라고 했다.
KCC는 저돌적인 움직임에 의한 수비로 전자랜드의 골밑공격을 차단시켰다. 더블팀에 의한 로테이션 수비로 골밑 약점을 최소화했다.
접전을 펼치던 3쿼터 집중력을 배가시킨 KCC는 전태풍을 중심으로 공격을 압축시켰다. 활동력 자체가 떨어지는 전자랜드 수비진을 헤집고 직접 득점 혹은 심스에게 효율적인 패스를 연결시켰다.
전자랜드는 잇단 실책으로 KCC의 상승세를 더욱 커지게 만들었다. 순식간에 전광판에 찍힌 점수차는 57-44, 13점차의 KCC 리드.
문제는 4쿼터였다. 허 감독은 "높이가 약하면 수비에서 많이 뛴다. 문제는 4쿼터 체력이 뚝 떨어지는 것"이라고 했다. 게다가 전자랜드 에이스 문태종은 4쿼터에 득점을 집중하는 대표적인 선수.
4쿼터 초반 전자랜드 힐은 연속으로 9점을 집중했다. 수비가 좋은 이현호가 전태풍을 밀착마크하면서 디펜스의 좋은 흐름이 공격까지 이어갔기 때문. 그러자 허 감독은 전태풍을 빼고 신명호를 투입하며 수비강화와 함께 스피드를 높혔다. 전자랜드의 상승세를 끊는 용병술. 결국 경기는 막판 접전으로 이어졌다.
높이에 앞선 전자랜드는 조금씩 추격하기 시작했다. 경기종료 16.2초를 남기고 KCC의 68-66 리드. 전태풍은 골밑돌파와 수비를 집중시킨 뒤 외곽의 정민수에게 패스했다. 정민수가 던진 3점포는 깨끗한 포물선을 그리며 림을 통과했다. 사실상 경기가 끝나는 순간이었다. 허 감독은 경기 전 "정민수가 홈(전주)에서 잘한다. 기대된다"고 말했었다.
하승진이 빠진 KCC는 27일 전주실내체육관에서 열린 프로농구 홈경기에서 전태풍(14득점, 8어시스트) 정민수(10득점, 3리바운드)의 맹활약으로 전자랜드를 72대68로 제압했다. KCC는 20승11패로 KT를 반 게임차로 제치고 단독 3위. 전자랜드는 15승15패로 불안한 5위를 유지했다. 전주=류동혁 기자 sfryu@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