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오리온스와 LG의 경기가 벌어진 경기도 고양체육관.
한파가 몰아닥친 바깥 날씨 만큼이나 찬바람이 쌩쌩 불었다.
'김승현 트레이드 파문'의 앙금 때문이다. LG는 오리온스의 일방적인 약속 파기로 김승현 트레이드가 무산된 사건과 관련해 KBL(한국농구연맹)에 2차 이의신청을 해놓은 상태다.
거액의 피해 보상금과 함께 오리온스 구단 측의 진심어린 사과를 요구하며 재정위원회 소집을 요청했다.
KBL은 지난 21일 재정위원회를 열어 LG의 이의신청에 대해 논의했지만 한선교 총재의 결재가 나지 않았다는 이유로 결과 발표를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
이런 애매한 상황에서 양 팀이 만난 것이다. 우려했던 대로 불편한 상황이 연출됐다. 극심한 감정대립을 벌이고 있는 양팀 프런트들의 신경전이 거셌다.
오리온스의 김백호 사무국장은 이날 홈경기인데도 불구하고 경기장에 모습을 나타내지 않았다. LG 측과의 껄끄러운 조우를 피하려고 한 듯했다.
오리온스 관계자는 지난 13일 창원 원정경기 때 LG 측 사무국장이 경기장에 나타나지 않았던 점을 상기하며 "LG 쪽에서 그렇게 행동했는데 우리가 예의를 갖춰 줄 필요가 없지 않느냐"고 말했다.
이날 LG와의 올시즌 첫 홈경기를 치른 오리온스는 사무국장만 제외하고 심용섭 단장 등 프런트 직원들은 모두 경기장을 지켰다.
김승현 트레이드 파문에 끝까지 대응하겠다고 맞선 LG 측에 대해 소극적으로나마 불편한 심기를 나타낸 것이다.
이에 반해 LG는 단장과 사무국장 등 프런트 직원들이 모두 고양체육관을 찾아왔다. 그러면서 여전히 불쾌한 감정을 감추지 않았다.
"우리가 피해자인데 굳이 상대팀을 피할 이유가 없다"면서도 오리온스 측과 마주치고 싶지는 않다는 눈치였다.
오리온스와 LG는 지난 2002년 4강 플레이오프때 원정 응원석 좌석배정 문제를 놓고 충돌한 적이 있었다. 하지만 당시는 선의의 경쟁심에서 비롯된 것으로 웃어 넘겼고 이후 양팀 프런트의 인간관계는 돈독한 편이었다.
하지만 이번 김승현 파문으로 인해 양측은 루비콘강을 건넌 느낌이다. 이날 양팀 분위기를 보면 KBL이 어떤 중재안을 내놓더라도 쉽사리 수용되지 않을 것 같다.
그래서 이날 고양체육관에서는 팽팽한 기운이 감돌았다. 고양=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