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화기 너머로 들리는 나지완의 목소리는 조심스러웠다.
'전화받기 힘드냐'고 했더니 "아니요, 지금 광주에 있는 찜질방이거든요"한다. 거구에 찜질복을 걸쳐 입고 머리에 수건을 얹었을 모습을 잠시 상상하니 웃음이 나온다.
KIA의 장거리포 나지완(26). 그에게는 조금 특별한 연말이다. 고심 끝에 군입대를 늦춘채 맞이할 2012시즌. 각오가 새롭다. 후회 없이 보내야 할 한 시즌. 자신의 장점을 극대화하기로 했다. KIA 팬들에게는 잊혀지지 않는 2009년 한국시리즈 끝내기 홈런의 추억. 내년 시즌에는 천천히 그라운드를 도는 빈도를 늘리기로 결심했다.
"내년에는 진정한 의미의 거포가 되고 싶은 생각이 큽니다. 무작정 홈런에 대한 욕심을 부리겠다는 건 아니고요. 투스트라이크 이후에도 제 스윙을 할 수 있도록 준비중입니다. 타율은 2할8푼 정도가 목표고, 홈런 빈도를 늘려보려구요."
큰 스윙으로 일관하겠다는 뜻이 결코 아니다. 오히려 반대다. 나지완이 말하는 '제 스윙'이란 가진 힘의 80% 이하로 배트를 돌리는 것을 의미한다. 그래야 장타가 더 많이 나온다. 올시즌에 얻은 소중한 교훈이다.
"올해 절실하게 느꼈죠. 지난해 캠프 때 배트 무게를 860g에서 920g으로 높여서 열심히 준비했거든요. 올시즌 내내 920g 밑으로 내려가 본 적이 없어요. 사실 배트 무게가 10g만 늘어도 민감해하는건데…. 무거운 배트를 쓰면서 힘보다 헤드 무게의 궤적으로 친다는 느낌을 알게됐어요. 시즌 초 부상으로 인해 제대로 몸을 만들지 못하고 1군에 올라간 것이 오히려 약이 된 것 같아요. 욕심을 부리지 않고 코스대로 치니까 느낌이 오더라구요."
타고난 장사 나지완. 그에게 힘은 화두가 아니다. 올겨울 목표는 순발력 강화다. 때마침 새로 취임한 선동열 감독이 요구한 '체지방 23%'의주문대로 감량에 나서기로 했다. 쉽지 않은 목표다.
"체지방 목표 달성을 위해서는 20kg 정도를 빼야 하더라구요. 일단 캠프 전까지 두자릿수 몸무게를 만들고 시즌 전까지 더 빼 보려구요." 비 활동기간인 연말이 분주해졌다. 쉴 새 없이 산을 타고 여의치 않을 때는 찜질방을 오간다. 웨이트를 통한 근력강화도 병행중이다.
타고난 거포 나지완. 그의 발전 가능성의 끝은 여전히 확인되지 않았다. 어쩌면 2012년 새해가 그의 잠재력 폭발의 원년이 될지도 모르겠다.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