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부터 시행하기로 한 K-리그 승강제 확정이 계속 미뤄지고 있다. 20일 서울 축구회관에서 프로축구앤맹 이사회를 열었지만 결론을 내지 못하고 내년 1월에 다시 논의키로 했다. 승강제 관련해선 딱 하나 '내년 1월에 세부조항을 결정한다'만 확정됐다.
시-도민 구단의 강력한 반발 때문에 승강제는 한발짝도 움직이지 못했다. 이날 이사회 멤버인 대구, 경남 구단 대표외에 광주, 대전, 강원, 인천 등 나머지 시-도민 구단 대표도 축구회관에 모였다. 이들은 이사회가 열리기 전 "제대로된 2부리그를 만들어 놓지 않고 승강제를 하는 것은 우리보고 죽으라는 얘기"라며 강력 반발했다.
결국 사무국장 회의와 공청회 등을 통해 어느정도 가닥을 잡았던 1부리그 12개팀, 2부리그 8개팀 안은 유야무야 됐다. 시-도민 구단 대표들은 취재진에게 의견을 개진하는 자리에서는 "강등되는 팀 수를 줄여달라는 얘기가 아니다. 건강한 승강제의 토대가 마련되는 것이 우선"이라고 목소리를 높였지만 정작 이사회에서는 1부리그 팀을 14개로 가져가야 한다는 논리를 폈다. 시-도민 구단의 밀어붙이기에 연맹과 나머지 이사들은 당황했다. 기업구단 이사진에서는 시-도민 구단의 축구발전기금(가입시 내는 기금) 미납부터 우선 해결돼야 한다며 맞불을 놓기도 했다.
안기헌 프로연맹 사무총장은 "승강제 도입과 취지에 대해선 전 구단이 찬성했다. 하지만 1부리그 팀수에 대한 의견이 구단별로 달랐다. 좀더 광범위한 논의가 필요하다는 판단 아래 내년 1월로 결정을 미루게 됐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번 이사회 결정은 사실상 시계를 1년전으로 돌린 것이나 다름없다. 이미 2013년 승강제 출범은 확정된 상태고, 세부 조정은 공청회와 수 차례 실무진 회의에서 논의된 바 있다. 뒤늦게 시-도민 구단은 '승강제를 원점에서 논의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현재로선 1월 이사회 통과도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시-도민 구단이 주장하는 '건강한 2부리그'는 그 기준이 모호하고 시-도민 구단의 입장이 바뀔 여지가 없기 때문이다.
리그 경쟁력 강화와 내실 다지기 차원에서 도입되는 승강제지만 각 구단들은 자신들 손익만 따지는 모양새다. 안 총장은 "승강제는 K-리그가 이대로는 안된다는 공감대에서 출발했다. 연맹은 기업구단, 시-도민 구단 모두 중요하다. 하지만 승강제 시행에는 일부 아픔이 있을 수 밖에 없다"며 대승적인 차원에서의 동참을 호소했다.,
프로연맹은 이날 이사회에서 내년 리그 일정을 확정했다. 상무 선수들의 제대가 9월이어서 그 전에 정규리그 30라운드를 마치기로 했다. 이후 상위 8개팀과 하위 8개팀이 나뉘어 홈앤드 어웨이로 '스플릿 시스템'을 가동한다. 상위 리그에선 우승과 아시아챔피언스리그 진출팀 등 순위가 가려진다. 하위 리그에선 강등팀이 결정된다. 개막전은 3월 3일, 스플릿 시스템은 9월 14일부터 시작되고 폐막은 12월 9일이다. 박재호 기자 jh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