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가 끝나니 낙이 없어졌다. 필자같은 야구 마니아들은 내년 3월을 손꼽아 기다릴 것이다. 개막은 4월인데 왜 3월이냐고? 3월에 시작되는 시범경기를 통해 한 해 프로야구를 점칠 수 있기에 그때부터 기분이 좋아져서다.
2011프로야구를 돌이켜보면, 우선 각 구단 초보감독들의 선전을 빼놓을 수 없다. 먼저 한국 프로야구의 정상에 선 뒤 아시아 정상에도 처음으로 우뚝 선 삼성 라이온스의 류중일 감독을 칭찬하지 않을 수 없다. 대개 코치를 하다가 처음 감독의 지휘봉을 잡으면 거의 대부분 1, 2년 시행착오의 기간을 보내야 본격적으로 자신의 작품이 나오기 시작하는데 류중일 감독은 그 말을 무색하게 만들었다. 역시 야구에서도 젊은 감독의 소통이 좋은 결과를 낼 수 있다는 것을 가감 없이 보여주었다.
롯데의 양승호 감독 또한 팀을 플레이오프까지 오르게 만든 큰일을 해 냈다. 양 감독 또한 선수들과의 믿음, 소통을 가장 우선적으로 생각한다고 한다. SK의 이만수 감독도 여느 감독과 달리 선수를 생각하고, 선수보다 더 흥분하는 감독이다. '야신'이라고 불렸던 김성근 감독의 전격 경질 후에 감독직을 대행으로 물려받은 이 감독 또한 부담감이 남달랐을 것이다. 여하튼 올해는 '신인감독 반란의 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올해의 뉴스 중에서 해외파들의 귀환을 빼놓을 수가 없다. 수많은 해외파들이 속속 귀국해 내년 프로야구는 상다리가 휘어질 정도로 진수성찬이 되어가고 있다.
IMF시절에 우리에게 힘과 희망을 불어넣어 주었던 대한민국 최초의 메이저리거 이자 동양인 최고의 성적을 남긴 박찬호. 그를 위해, 그리고 팬들을 위해 '박찬호 특별법'까지 만들어 우리나라에서 직접 뛰는 모습을 라이브로 보게 되니 정말이지 더욱 더 내년을 기대하게 된다. 박찬호가 비록 내년에 마흔이 된다하여도 선수로서 마지막 현역생활을 고국에서 마친다면 그보다 더 한 기쁨은 없을 것이다. 더구나 2400만원 최저연봉만 받고 나머지는 모두 아마야구및 유소년 야구 발전기금으로 쾌척한다고 하니 예쁘지 않을 수가 없다. 박수를 쳐주면서 나 스스로를 돌이켜보게 된다. 물론 그 선수가 돈이 엄청나게 많은 떼부자라 할지라도 자기의 1년 연봉 대부분을 쾌척하는 것은 정말 드물고 대단한 일이다. 필자가 10여 년 전에 새벽 4시에 눈을 부비며 일어나 메이저리그를 보았던 기억을 너무나도 기쁘게 만들어 주었다. 한화 이글스는 일단 팬 확보에 큰 힘이 되었다.
일본에서 컴백홈한 김태균 선수도 내년의 키포인트 중 하나이다. 사실 귀국 자체는 금의환향이 아니라 도피처럼 느껴졌지만 어찌됐든 선수가 자기가 뛰고 싶은 곳에서 뛰는 것이 최우선이라 더 이상의 부연설명은 할 필요가 없겠다. 마지막으로 국민 타자 이승엽의 귀환이다. 홈런하면 이승엽이라는 것은 삼척동자도 아는 카테고리 연결고리 단어이다. 8년 동안 일본생활을 접고 귀국한 당사자는 만감이 교차할 것이다.
각설하고, 내년에 귀국하는 해외파 선수 모두가 한국야구의 위상을 높여주었고, 그들이 돌아옴으로써 대한민국의 프로야구 흥행에 큰 도움이 되리라는 것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벌써부터 내년의 프로야구 그림이 필자의 망막 앞으로 그려진다.
아 참…, 들어오는 친구도 있지만 나가는 친구도 한 명 있다. 영원한 부산 갈매기 이대호 선수. 이승엽 선수의 바통을 이어받아 일본 생활을 하게 되었다. 내년에는 홈런소식이 현해탄 건너에서도 많이 들려올 것 같아 기분이 째진다. 선수는 기계가 아니라 사람이다. 그러다보니 슬럼프는 누구나 찾아오게 된다. 그때 우리가 더 힘차게 박수를 쳐줘야 슬럼프는 쉽게 극복이 된다.
근데 나는 매년 슬럼프라…. 이건 슬럼프가 아니라 실력이겠지…. 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