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돌만 있고 신인연기자는 없다."
신인배우들을 둔 연예기획사들이 한숨을 쉬고 있다. 최근 신인배우들이 설 자리가 사라지고 있기 때문. 출연할 작품을 찾지 못하고 있는 '무늬만 연예인'인 신인들이 한둘이 아니다.
아이돌 그룹 또는 가수 출신 배우들이 안방극장을 점령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애프터스쿨 출신 유이는 KBS2 주말극 '오작교 형제들'에 출연 중이다. MBC 드라마 '나도, 꽃'엔 아이돌 그룹 비스트의 이기광이, '빛과 그림자'엔 가수 손담비가 출연한다.
이 밖에도 JTBC '인수대비'에 출연 중인 티아라의 함은정, MBN '왓츠 업'에 출연 중인 빅뱅의 대성 등이 영역을 가리지 않고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내년 1월 방영될 예정인 '드림하이 시즌2'엔 2AM의 정진운, 씨스타의 효린, 티아라의 지연 등 아이돌 그룹 멤버들이 아예 '무더기'로 등장한다.
방송 관계자는 "똑같은 조건이라면 얼굴이 알려지지 않은 신인보다 인기가 많은 아이돌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일"이라며 "아이돌들의 기존 팬층을 드라마의 시청층으로 확보할 수 있는 효과가 있다. 또 드라마에서 이들의 특기인 춤과 노래를 선보일 수 있다는 강점도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신인연기자들의 입장은 다르다. 아이돌 출신들의 활약상에 울상을 짓고 있다.
한 연예기획사 관계자는 "최근 몇 년간 연예계의 양극화가 점점 심해지고 있다"며 "스타 연기자가 되길 꿈꾸는 연예인 지망생들조차 배우들이 소속된 기획사보다는 대형 가요기획사를 선호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요즘엔 워낙 다재다능한 아이돌 그룹 멤버들이 많기 때문에 만만치 않은 연기력을 보여주는 아이돌 출신 배우들이 많다"며 "하지만 연기력이 다소 떨어지는 경우도 많은 것이 사실이다. 아이돌이 시청률에 미치는 영향도 생각보다 크진 않다"고 말했다.
아이돌들의 스타성과 영향력 등을 감안할 때 이들의 드라마 출연을 무작정 줄일 수는 없는 일. 하지만 신인연기자들을 위한 대책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또 다른 연예기획사 관계자는 "방송사 측이 단막극을 활성화하는 등의 방법으로 신인연기자들이 설 수 있는 자리를 넓혀주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당장의 시청률보다 작품의 완성도와 연기력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태도도 필요하다"고 생각을 밝혔다.
이어 "말 그대로 빈익빈 부익부다. 방송계의 진지한 고민이 없다면 향후 이런 현상이 점점 가속화될 것"이라고 덧붙였다.정해욱 기자 amorr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