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 끌 필요없다."
일단 '박찬호 특별법' 통과로 커다란 물꼬는 텄다. 이제 터진 물꼬가 넘치거나 엇나가지 않도록 물길을 잡는 일이 남았다.
구체적인 입단협상이다. '박찬호 특별법'보다 더 골치 아픈 난제일 수도 있다.
하지만 분위기가 좋다. 아직 본격적인 협상 테이블이 차려지지 않았는데 한화 구단 안팎에서 낙관론이 흘러 나온다.
'박찬호 특별법' 관철에 성공한 한화가 박찬호(38)와의 입단 협상을 일사천리로 진행할 계획이다.
한화는 지난 14일 박찬호로부터 감사의 뜻을 담은 인사전화를 받고 19일 서울 강남의 구단 서울사무소 인근에서 점심식사를 겸한 상견례를 하기로 했다. 공식적으로 사실상 1차 협상인 것이다.
노 단장은 "김태균 때와 마찬가지로 가벼운 인사 자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노 단장은 "상황에 따라 얘기가 잘 되면 오래 질질 끌 것 없이 입단 절차를 조속히 마무리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연봉 등 입단 조건을 가지고 신경전을 벌이고 싶지 않다는 뜻이다. 노 단장의 말에는 넌지시 자신감도 묻어난다.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한화는 지난 10월 일본 미야자키에서 오릭스 소속으로 교육리그에 참가중이던 박찬호를 처음으로 만나 복귀 문제를 협의한 뒤 이번에 두 번째 만난다.
이 과정에서 오가다가 자연스러운 접촉도 있었다. 13일 한국야구위원회(KBO) 이사회에서 '박찬호 특별법'이 통과되기 이틀 전인 지난 11일 골든글러브 시상식장이었다.
한화 정승진 사장과 노재덕 단장은 박찬호와 잠깐 얘기를 나누며 어느 정도 교감을 형성했다. 정 사장은 "박찬호가 한국에서 뛰고 싶어하는 진정성을 느낄 수 있었다"고 했고, 노 단장은 "박찬호가 자신의 복귀를 위해 애를 써준 한화 구단에 대한 고마운 마음이 큰 것 같았다"고 전했다.
이런 가운데 박찬호가 14일 한국 복귀를 타진한 이후 처음으로 먼저 연락을 취해 구단 측에 거듭 감사의 뜻을 전했으니 양측의 온화한 협상 분위기는 익을 대로 익은 것이다.
여기에 한화는 박찬호의 연봉에 대해 "금액을 가지고 줄다리기 하는 것은 곤란하다"는 기본 방침을 공개한 상태다. 박찬호의 나이와 기량 등을 객관적으로 판단했을 때 이름값 거품을 빼는 대신 명예를 존중한 현실적인 금액을 제시하겠다는 입장을 간접적으로 전달했다. 박찬호 측도 이에 대한 별다른 반응은 없었으니 공감대가 형성돼 가고 있는 것으로 한화는 판단하고 있다.
특히 한화 관계자는 "박찬호가 꿈나무 육성에 많은 관심을 갖고 사회에 공헌하고 있기 때문에 박찬호의 이런 봉사정신을 지원하는 방향으로 뜻깊은 합의가 나올 수도 있다"고 말했다.
박찬호도 한화의 입장을 알 만큼 알았고, 한화도 박찬호의 진정한 열정을 인정하고 있는 분위기다. 한화가 박찬호를 일단 만나면 손쉽게 남을 과제를 풀어갈 수 있을 것으로 낙관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한화는 김태균과의 입단 협상을 진행할 때도 '신의', '공감대'를 강조했다. 결국 박찬호도 김태균의 입단 사례와 크게 다르지 않은 것이다.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