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익수 감독님의 스타일을 좋아해. 강한 정신과 정도를 걷는 모습에 반했어."
왜 부산 아이파크인지를 먼저 묻고 싶었다. 그러자 푸른 눈의 외국인 코치는 한국말로 이렇게 답했다. "한국인은 현명하다. 안 감독님이 그러하다. 강한 정신을 가진 안 감독님은 자신의 길을 걷는다." 자신의 코드와 딱 맞았단다.
1990년대 초반 전대미문의 '0점대 실점률' 신화를 작성한 신의손(51·러시아 이름 발레리 사리체프)이 부산 골키퍼 코치가 됐다. 세월이 많이 흘렀지만 그의 얼굴은 예전 모습 그대로였다. 16일 부산 대저동에 위치한 클럽하우스에서 신 코치을 만났다. 마치 옆집 아저씨같았다. 한국생활이 19년째이지만 한국어는 아직까지 서툴렀다. 그러나 그의 말투에는 특유의 살가움이 가미되어 있었다. 농담을 좋아하는 신의손은 이미 부산 구단에서 '체프 형'으로 통하고 있었다.
▶철저한 자기관리와 프로의식
신 코치는 K-리그 역대 최고령 출전기록(44세 7개월 17일)을 가지고 있다. 이렇게 오랫동안 그라운드를 누빌 수 있었던 비결은 골키퍼라는 특수 포지션 덕도 봤지만 철저한 자기관리가 있었기 때문이다. 신 코치 "완벽한 스케즐을 따른 것이 오래 현역선수로 뛸 수 있었던 원동력이었다. 식사부터 잠자는 시간, 훈련 등 정해진 틀 안에서 반복하고 또 반복했다"고 회상했다. 그러나 신 코치도 사람이기에, 하루하루가 힘들었다. 이것을 견딜 수 있었던 힘은 '프로의식'이다. 신 코치는 "한국 선수들과 유럽 선수들은 스타일이 다르다. 유럽 선수들은 자유로운 훈련 환경 속에 놔둬도 강한 프로의식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괜찮지만, 한국 선수들은 코칭스태프가 의식을 일깨워줘야 한다"고 했다.
그에게 골키퍼가 갖춰야 할 가장 첫 번째 조건은 강한 집중력이다. 신 코치는 "골키퍼에게는 집중력이 가장 필요하다. 훈련도 강하게 하지 않아도 된다. 집중력을 가지고 실전과 같은 훈련을 하면 된다. 반복된 훈련도 집중력을 기를 수 있는 비결이다"고 전했다.
▶기러기 아빠, 그러나 외롭지 않다
신 코치는 일명 '기러기 아빠'(한국에서 자녀의 교육을 목적으로 부인과 아이들을 외국으로 떠나 보내고 홀로 한국에 남아 뒷바라지하는 아버지들을 말하는 신조어)다. 아내는 러시아에, 아들은 미국에, 딸은 캐나다에서 공부를 한다. 1년에 한번씩 휴가를 얻어 러시아로 가서 가족들을 만나곤한다. 보통 다들 떨어져 지내다보니 인터넷 전화로 가끔씩 통화를 하는 것이 전부다. 그러나 극심한 외로움을 느끼지 않는다. 바로 선수들 모두가 자신의 자식같기 때문이다. 신 코치는 "선수들이 다 내 자식같다. 친자식에게 주지못한 사랑을 선수들에게 나눠주면서 삶의 기쁨을 느낀다"고 말했다.
▶이범영, '제2의 신의손' 만들기 프로젝트
부산의 주전 골키퍼는 이범영(22)이다. 2012년 런던올림픽을 준비하고 있는 홍명보호의 주전 골키퍼이기도 하다. 신 코치도 이범영의 뛰어난 자질을 인정한다. 신 코치는 "이범영은 김승규(울산)와 함께 차세대 A대표팀 골키퍼를 맡을 충분한 자격을 갖췄다. 가장 중요한 것은 이범영의 자신감이다. 부산과 올림픽대표팀에서 출전기회를 얼마나 잡느냐가 중요하다. 자신감이 필요하기 때문이다"고 설명했다. 지난 11일 부산에 처음왔을 때 선수 중 가장 먼저 찾았다. 그리고 자신이 다년간 쌓은 노하우 전수를 시작했다. 자신이 소화했던 스케즐을 이범영에게도 적용하고 있다. 활발한 성격으로 '제2의 신의손' 프로젝트를 가동하고 있다. 부산=김진회 기자 manu35@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