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한 해 드라마를 평가할 때 필요한 키워드는 '신선함'이 될 듯하다.
아침-저녁 일일극과 월화, 수목, 주말극으로 분류된 드라마의 홍수 속에 살고 있는 시청자들은 늘 새로운 것에 목마를 수밖에 없다.
2011년은 사극과 로맨틱 코미디가 안방극장을 선도하며 신선함 바람을 불러일으켰다. '뿌리깊은 나무'와 '공주의 남자', '시크릿 가든'과 '최고의 사랑'이 올 한 해 드라마의 트렌드를 반영한다고 볼 수 있다. 늘 봐온 장르이지만 올 해는 메시지가 있는 원작의 드라마화, 야사에서 모티브를 따온 팩션 사극, 판타지 멜로, 독특한 캐릭터 등으로 '신선함'을 더했다.
배우들 또한 새로웠다. 한석규의 16년 만의 안방극장 복귀가 그랬고, '뿌리깊은 나무'에서 욕하는 세종으로 분한 그는 더욱 새로웠다. '뿌리깊은 나무'가 최고의 드라마로, 한석규가 최고의 배우로, 그의 청년시절을 연기한 송중기가 최고의 신인으로 뽑히는 연쇄반응은 그래서 놀랍지 않다.
'뿌리깊은 나무'와 '공주의 남자' 같은 진화된 사극이 거듭 탄생할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지난해 '추노'가 새로운 이정표를 만들어줬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추노' 곽정환 PD와 '뿌리깊은 나무'의 장태유 PD, '공주의 남자' 김정민 PD가 이끌어갈 사극에 대한 기대가 크다. 일단은 스타트를 잘 끊은 곽정환 PD가 우위에 있으나 서로 조금씩 다른 연출 색깔로 인해 안방 시청자들의 사극 사랑은 앞으로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시크릿 가든'의 김은숙 작가와 '최고의 사랑'의 홍정은, 홍미란 '홍자매' 작가가 있어 안방극장 로맨틱 코미디도 진화하고 있다. 이들이 서로 경쟁적으로 선보이는 로맨틱 코미디에 시청자들은 환호하고 이들의 차기작에 어떤 배우가 출연하는지가 방송가의 뜨거운 관심사가 되고 있다. 박빙의 승부를 보이고 있지만 '현빈앓이'가 '독고진'을 제쳤다. 작가 지망생들은 김은숙 작가의 필력을 좀 더 높이 평가했다. 그러나 취향의 문제일 뿐 이들을 두고 가치평가를 내리기는 어려워 보인다.
안방극장이 늘 유쾌했던 것만은 아니다. 올 해도 역시 시청자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막장 드라마'가 전파를 탔다. 뜬금없는 빙의 설정으로 충격을 안긴 '신기생뎐'이 '막장의 최고봉'으로 선정되는 것은 누구든 예측 가능했을 일이다.
2012년 새해에는 이런 막장 드라마보다 건전한 웃음과 마음을 정화하는 울림을 안기는 양질의 드라마가 더욱더 많이 탄생되기를 기대해본다. 김명은 기자 dram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