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K-리그 신인왕 이승기(23·광주FC)가 제대로 한턱 쐈다.
이승기는 지난 13일 오전 연탄 배달 봉사가 끝난 뒤 선수단을 불러 모았다. 신인왕 턱을 내기 위해서였다.
모두 이승기의 입을 주목했다. 신인왕을 수상한 뒤 "계란가지고는 안될 것 같다. 큰 걸 쏴야겠다"고 선언했기 때문이다. 수비수 유종현은 몇일 전 트위터에 '신인왕, 계란가지고 끝낼꺼냐'고 항의(?)하며 신인왕 턱을 재촉하기도 했다.
결국 이승기는 일주일을 고민한 끝에 최만희 광주 감독을 비롯한 코칭스태프, 선수단 전원을 끌고 광주의 한 삼계탕 집으로 향했다. 1인분에 1만8천원하는 삼계탕으로 신인왕 턱을 냈다. 그동안 A대표팀이나 올림픽대표팀에 다녀오면 목욕탕에서 삶은 계란을 먹는 것을 전통으로 받아들였던 광주 선수들은 "계란이 닭으로 부화했다", "역시 국가대표는 쏘는 것도 다르다" 등 다양한 반응을 보였다. 투덜대던 유종현도 "이 정도면 만족한다"며 흡족해 했다.
이승기의 신인왕 기념 턱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자신이 신인왕으로 선발되기까지에는 구단의 적극적인 지원이나 홍보가 뒤따르지 않았다면 불가능했다며 감사의 표시로 금일봉을 준비해 전달했다. 그러나 구단은 마음만 받기로 했다며 돌려줬다는 후문.
이승기는 "동료들이 내가 신인상을 탈 수 있도록 페널티킥이나 득점 찬스가 있어도 양보해주는 등 많은 도움을 줬다"며 "나에 대한 기대가 커진 만큼 내년 시즌도 최선을 다해 좋은 모습 보여드릴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승기는 지난 6일 2011년 K-리그 대상 신인상을 수상했다. 부상으로 상금 500만원을 받았다. 김진회 기자 manu35@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