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이 아닌 선수로 키웠다."
신생구단 NC의 전종화 불펜코치는 올해 아마추어 야구 현장을 부지런히 뛰어다녔다. 코치로 보직을 옮기기 전 스카우트로 활동했기 때문이다. 고교야구와 대학야구, 그리고 프로 2군경기까지. 전국을 돌며 숨은 보석을 찾았다. 하지만 전 코치를 비롯한 NC 스카우트진이 유일하게 고려하지 않은 선수가 있었다. 바로 전 코치의 아들, 전호영이다.
대구고 졸업예정인 전호영은 고교 내야수 중 수준급 선수로 평가받았다. 2012 신인드래프트에서 4라운드 전체39순위로 LG에 지명됐다. 전체 고교 내야수 중 10번째로 프로의 부름을 받았다.
부자가 같은 팀에서 지도자와 선수로 만나면 어땠을까. 전 코치는 이 말을 듣자마자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는 "사람 마음이 다 똑같을 것 같다. 아들과 같이 일하는 건 누구든 부담스러울 것"이라며 "아들에겐 코치로서 하고 싶은 말도 못할 것 같다"고 했다.
사실 전 코치는 아들의 프로 지명에 대해 크게 걱정하지 않았다. 스카우트로 활동하면서 롯데 SK KIA가 관심을 가졌다는 걸 알고 있었다. 설령 프로 지명이 안되더라도 대학에 가서 더 배우면 된다고 생각했다. 전 코치는 "LG에서 지명해 놀랐다. LG가 관심이 있다는 말은 듣지 못했다. 드래프트날 보니 나보다 다른 팀 스카우트들이 놀란 모양이었다"며 미소지었다.
아버지가 보는 아들은 어떤 모습일까. 전 코치는 "아들이 아닌 선수로 보는 게 편하다. 야구 이야기를 할 때도 그렇고, 조언해줄 때도 마찬가지"라며 "호영이가 야구를 시작한 초등학교 때부터 그랬다. 아버지와 아들보다는 코치와 선수였다"고 말했다. 곧이어 그는 "냉정하게 봤을 때 공수주 모두 평범한 편이다. 뛰어난 것도 아니고, 부족한 것도 아니다. 프로에 들어와서 어떻게 만들어가느냐가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대화 내내 아들에게 냉철한 평가가 계속 됐다.
아들은 아버지의 선수 시절을 기억하고 있을까. 전 코치는 롯데-쌍방울-LG를 거쳐 98년 은퇴했다. '빠른' 94년생인 전호영은 전 코치가 LG에서 선수 생활 마지막을 보낼 때 구리에서 살았던 것만 어렴풋이 기억하고 있다고. 아들에게 아버지는 선수보다는 지도자의 모습으로 기억되고 있었다.
공교롭게도 전호영은 아버지가 뛰었던 LG에서 프로 생활을 시작하게 됐다. 미야자키 교육리그에 갈 때만 해도 얼떨떨했지만, 이젠 적응이 됐다고. 지난달 진주 마무리캠프에서 맹훈련한 뒤 이번 달부터는 잠실에서 개인훈련을 하고 있다. 주말을 제외하곤 매일 훈련이다. 하지만 아버지와 전화 통화 때 "훈련이 재밌다. 즐겁다"고 말할 정도다. 피는 못 속이는 법. 천상 야구선수의 모습이다.
전 코치는 "아들이 재밌다고 말할 정도니 마음이 놓인다"며 웃었다. 곧이어 "호영이의 장점은 성실함이다. 실력은 이제 만들어 나가야 한다. 2~3년 동안 트레이닝하면 1군에서 뛸 실력이 만들어지지 않을까 싶다"고 덧붙였다. 한편, 진주에서 직접 전호영을 지도한 LG 유지현 수비코치는 "가능성이 보인다. 프로에서 다듬어 볼만한 재목"이라고 평했다.
내년 시즌 부자 간의 맞대결을 볼 수 있을까. 퓨처스 북부리그에 속한 LG와 남부리그에 포함될 NC는 5경기를 치를 예정. 전 코치는 "경기장에서 아들이 유니폼을 입고 있는 모습을 보면 흐뭇할 것 같다"고 했다. 비록 유니폼 색깔은 다르지만, 아버지와 아들은 오늘도 각자의 위치에서 새로운 2012년을 준비하며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이명노 기자 nirvan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