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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가수'를 통해 드러난 대형 가요기획사의 저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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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 가요기획사의 저력이 여실히 드러났다.

지난 11일 방송된 MBC '우리들의 일밤-나는 가수다'(이하 나가수)의 2차 경연 무대에서 가수 거미는 산울림의 '개구장이'를 불렀다.

거미는 SM엔터테인먼트, JYP엔터테인먼트와 함께 국내 3대 가요기획사로 꼽히는 YG엔터테인먼트의 소속 가수. 이 세 기획사의 가수 중 '나가수'에 출연한 것은 거미가 처음이다.

같은 기획사 소속인 빅뱅의 탑은 이날 무대에 함께 올라 지원사격에 나섰다. 묵직한 사운드의 랩으로 분위기를 돋웠다.

편곡 역시 같은 소속사의 테디가 맡았다. 테디는 YG엔터테인먼트 소속 가수들의 노래를 다수 작곡한 실력파 프로듀서. 외국의 유명 프로듀서에게 러브콜을 받을 정도로 음악계에서 인정을 받고 있다.

테디가 편곡한 '개구장이'는 흥겨우면서도 세련된 느낌이었다. 청중평가단은 새로운 스타일의 '개구장이'에 열광했다.

관계자에 따르면 탑과 테디는 거미의 '나가수' 경연을 돕기 위해 흔쾌히 나섰다. 같은 소속사 아티스트로서의 '의리'를 느낄 수 있는 대목이다.

탑은 "거미가 지난 번에 7위를 한 것으로 보고 너무 속상했다. 내가 도움이 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또 거미는 "탑과 함께 작업을 하는 경우가 많은데 목소리가 잘 어울리는 것 같다"며 "'개구장이'의 랩 파트는 탑이 직접 가사를 썼다"고 전했다.

'YG 패밀리'가 거미를 위해 발벗고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YG엔터테인먼트의 또다른 아티스트 싸이와 타블로는 미션곡이 결정된 직후 거미와 함께 편곡 방향에 대해 논의하고 조언을 전했다.

동료들의 지원사격은 헛되지 않았다. 이날 거미는 '나가수' 출연 후 처음으로 1위를 차지했다. 20.9%의 높은 득표율이었다.

특히 이날 무대가 더욱 눈에 띄었던 것은 거미가 부른 노래가 'YG표' 음악이었다는 점이다.

그동안 '나가수'에선 '나가수표' 음악이 대세를 이뤘다.

고음 영역과 기교를 강조해 청중평가단으로부터 많은 표를 얻기 위한 편곡이 대부분이었던 것. 이 때문에 출연 가수들의 노래 스타일이 획일화되는 부작용까지 생겼다.

하지만 거미의 '개구장이'는 여기서 벗어나 YG엔터테인먼트만의 색깔을 분명히 보여줬다. 청중평가단과 함께 흥겹게 즐길 수 있는 무대를 꾸몄다.

대형 가요기획사인 YG엔터테인먼트의 인적 네트워크와 잘 정비된 시스템이 만들어낸 결과물이란 평가다.

'나가수'의 한 관계자는 "새로운 무대였다. 청중평가단의 반응도 그 어느 때보다 좋았다"며 "괜히 대형 가요기획사가 아니란 점을 느낄 수 있는 무대였다. 앞으로도 다양한 시도를 통해 시청자들에게 수준 높은 음악을 들려줄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평가했다.

대형 가요기획사 YG엔터테인먼트가 '나가수'에 변화의 새바람을 몰고 올 수 있을까. 기대가 모아지고 있다.정해욱 기자 amorr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