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르셀로나의 벽은 높았다.
레알 마드리드는 11일(한국시각) 스페인 마드리드 산티아고 베르나베우에서 열린 2011~2012시즌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16라운드 바르셀로나와의 엘클라시코 더비에서 1대3으로 패했다. 이번만큼은 이길 수 있을 것이라는 평이 많았기에 이번 패배는 더욱 쓰리다.
무리뉴 감독은 전반 정공법을 선택했다. 점유율만으로는 바르셀로나를 상대로 이길 수 있는 팀은 전세계에 없다. 그렇기에 바르셀로나와 붙는 팀은 모두 수비를 극단적으로 내린채 경기에 임한다. 라이벌 레알 마드리드도 예외는 아니었다. 지난해까지 무리뉴 감독은 바르셀로나전에서 수비수 페페를 중앙 미드필더로 활용한 트리보테(3명의 수비형 미드필더를 세우는 것) 전술을 활용했다.
그러나 이날 경기는 달랐다. 공격적으로 임했다. 15연승의 자신감에서 비롯된 선택이었다. 레알 마드리드는 기존의 4-2-3-1 포메이션을 기용했다. 카시야스 골키퍼를 축으로 마르셀루-라모스-페페-코엔트랑 포백을 구성했다. 코엔트랑이 오른쪽 윙백으로 기용된 것이 이채로웠다. 미드필드는 라스 디아라와 알론소를 더블 볼란치로, 공격형 미드필드에는 호날두-외질-디 마리아가 포진했다. 원톱에는 벤제마가 낙점됐다.
바르셀로나도 변화보다는 안정감을 택했다. 3-4-3 진용이 될 것이라는 예상도 있었지만, 익숙한 4-3-3 포메이션을 선택했다. 발데스 골키퍼를 시작으로, 왼쪽부터 아비달-푸욜-피케-알베스가 섰다. 허리에는 변함없이 부스케츠-사비-이니에스타가 포진했다. 공격진은 다소 변화가 있었다. 부진한 비야 대신 산체스가 파브레가스, 메시와 함께 스리톱을 구성했다. 파브레가스의 기용으로 3-4-3 시스템을 혼용하겠다는 의지도 표시했다.
30초만에 터진 첫골은 무리뉴의 선택에 부응하는 듯 했다. 발데스 골키퍼의 실책에서 시작됐다. 발데스의 패스를 디 마리아가 가로챘고, 디 마리아가 벤제마에게 연결한 패스를 부스케츠가 걷어냈지만 이 공은 외질 앞에 떨어졌다. 외질은 지체없이 슈팅으로 연결했고, 굴절된 볼은 벤제마 앞에 떨어졌다. 벤제마는 침착한 발리슛으로 첫 골을 기록했다.
레알 마드리드는 계속된 전진 압박으로 바르셀로나 선수들을 상대했다. 강한 압박은 바르셀로나를 당황케 했다. 그러나 좋은 분위기에서 레알 마드리드의 공격진은 전반적으로 서두르는 모습이었다. 결정적 찬스를 만들어내지 못했다. 바르셀로나는 위기를 넘기자 조금씩 살아나기 시작했다. 수려한 패스 축구보다는 드리블 돌파로 실마리를 풀었다.
결국 30분 동점골이 터졌다. 시작은 역시 메시의 발끝이었다. 메시가 하프라인부터 드리블로 돌파하다 산체스에게 스루패스를 찔렀다. 산체스는 레알 마드리드의 중앙수비수 페페와 라모스의 수비를 뚫고 왼발 슈팅으로 카시야스 골키퍼를 뚫었다.
전반 막바지부터 살아난 바르셀로나는 후반 들어 레알 마드리드를 침몰시켰다. 전반 레알 마드리드의 압박에 밀려 점유율을 높이지 못했던 바르셀로나는 3-4-3포메이션으로 과감한 변화를 택했다. 오른쪽 윙백 알베스는 윙포워드로 올라갔다. 과르디올라 감독의 용병술로 특유의 짧은 패스를 바탕으로 한 축구가 살아나기 시작했다. 후반 7분 역전골이 터졌다. 사비가 발리슈팅으로 연결한 볼이 마르셀루의 몸에 맞고 굴절됐다. 레알 마드리드가 주도권을 잡던 후반 30분에는 알베스의 크로스를 받은 파브레가스가 헤딩슈팅을 터뜨리며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반면 레알 마드리드는 빗속에 체력이 눈에 띄게 떨어졌다. 무리뉴 감독이 부지런히 선수를 교체시켰지만, 한번 떨어진 경기력은 좀처럼 회복되지 못했다. 전반에 보여준 악착같은 압박은 없었고, 수비진은 바르셀로나의 공격을 막는데 어려움을 겪었다. 미드필드는 부정확한 패스를 남발했다. 놀라운 득점포를 보였던 호날두, 벤제마, 이과인 등은 결정적 찬스를 골까지 연결시키지 못했다. 15연승을 달릴때 보여주던 톱니바퀴같은 조직력을 보여주지 못했다.
바르셀로나는 승점 6에 해당한다는 엘클라시코 승리로 리그 우승 경쟁을 다시한번 점화시켰다. 레알 마드리드가 한경기를 덜치뤘지만, 이날 승리로 다시 1위를 탈환했다. 바르셀로나는 11승4무1패 승점 37(골득실 +42)을, 레알 마드리드가 12승1무2패 승점 37(골득실 +37)로 1,2위 순위표를 바꿨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