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남자 테니스 기대주' 정 현(수원북중·주니어 랭킹 422위)이 한국인 최초로 미국 오렌지보울 16세부 남자 단식 우승을 차지했다.
정 현은 11일(이하 한국시각) 미국 플로리다 플렌테이션 프랭크 벨트리 테니스센터에서 열린 2011년 오렌지보울 국제주니어테니스대회 16세부 남자단식 결승전에서 디에고 페드라자(콜롬비아·304위)를 2대1(6<6>7, 6-3, 6-1)로 꺾고 역전 우승을 거뒀다.
정 현이 결승전에서 제압한 페드라자도 세계적 메니저먼트사인 IMG 소속이며 정 현보다는 한 살이 많다.
전날 열린 준결승전에서 정 현은 대회 5번시드인 브라이덴 슈누어(캐나다·261위)를 2대1 풀세트 접전 끝에 승리를 거두고 결승에 진출했다. 정 현은 2회전에서 미국의 희망인 스테판 코즐로프(254위)를 풀세트 접전 끝에 2대1로 꺾고 고비를 넘겼다. 8강전에서 대회 3번시드인 페도르 안드리엔코(러시아·176위)를 2대0으로 제압하며 파죽의 상승세를 이어갔다.
경기가 끝난 뒤 정 현은 "어려운 경기에서 이겨서 기쁘고 행복하다. 조코비치를 가장 좋아하는데 수비가 좋으면서도 공격이 강해서 좋다. 특히 파이팅 넘치는 플레이가 너무 좋다. 더 열심히 해서 그랜드슬램 무대에서 뛰는 선수가 될 것"고 포부를 밝혔다.
미국 유학생활에 대해서는 "좋은 선수들이 많이 있기에 함께 훈련하는 것이 재미있다. 그러나 아직도 음식과 의사소통은 조금 불편하다. 최고의 선수가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정 현은 이미 초등학교 5학년 때부터 한살 많은 형들을 제치고 부동의 초등랭킹 1위를 달렸다. 일찌감치 테니스 유망주로 떠올랐다. 6학년 때인 2008년 미국 오렌지보울 국제주니어대회 12세부 단식 우승과 에디허국제주니어대회 12세부 단식 우승을 차지하며 세계 최고의 자리에 올랐다.
이후 정 현은 2009년 세계적인 스포츠매니지먼트사인 IMG에 발탁돼 닉볼리티에리 아카데미로 형인 정 홍(삼일공고)과 함께 테니스 유학길에 오른 뒤 세계 최고 수준의 테니스 유망주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성장하고 있다.
정 현은 테니스 가족의 품에서 성장하고 있다. 부친은 정석진 삼일공고 감독이다. 정 감독은 대한항공 실업테니스 선수출신으로 삼일공고 체육교사이며 경기도테니스협회 살림꾼인 전무이사도 맡고 있다. 형인 정 홍(삼일공고)도 한국 테니스 기대주로 지난 10월 삼성증권배 남자챌린저에서 국내최연소 8강 진출을 기록했다. 정 현은 삼일공고로 진학 예정이어서 부친 정 감독과는 부자지간에서 사제지간이 될 예정이다.
그동안 국내 선수들이 오렌지보울 16세부에서 우승을 차진 한 것은 처음이다. 12세부에서는 1998년 최동휘(현대해상) 2001년 김청의(안성시청) 2008년 정 현(수원북중) 2009년 홍성찬(우천중)이 우승을 기록한 바 있다. 여자 14세부에서 여자 테니스 기대주인 이소라(원주여고)는 2008년 우승을 차지했다.
따라서 국내 선수 최초로 오렌지보울 16세부 우승은 한국 테니스계에 의미하는 바가 크다. 희망적 미래를 보여준 단적인 예다.
올해로 65주년을 맞은 오렌지보울은 세계 최고, 최대 규모의 청소년 체육·예술 축제다. 테니스는 1962년부터 12, 14세부 오렌지보울 국제주니어테니스대회로 확대 됐다. 올해로 50주년을 맞는 세계 최고 권위의 대회로 현재는 16세부, 18세부까지 열리고 있고 오렌지보울 18세부 대회는 국제 주니어대회 최고 등급대회인 A그룹 대회로 열린다.
미국테니스협회(USTA)가 주관하는 오렌지보울은 미국 테니스의 전설인 크리스 에버트와 지미 코너스를 비롯해 모니카 셀레스, 안드레 아가시, 슈테피 그라프, 로저 페더러, 델 포트로, 캐롤라인 워즈니아키 등 세계적인 테니스 스타가 모두 거쳐 간 스타 등용문이자 최고 권위의 국제주니어테니스대회이다.
김진회 기자 manu35@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