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 최고의 축구쇼'로 불리는 레알 마드리드와 FC 바르셀로나의 '엘클라시코'가 카운트다운을 시작했다.
이번 엘클라시코는 그 어느때보다 치열한 경기를 예고하고 있다. 지난 10번의 맞대결에서 단 한번 밖에 이기지 못한 레알 마드리드가 현재 기록적인 15연승을 달리고 있기 때문이다. 올시즌에도 변함없이 강력한 모습을 보이는 바르셀로나지만 레알 마드리드의 상승세에 적잖이 신경쓰이는 눈치다. 엘클라시코는 '세계 최고의 선수'인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와 리오넬 메시의 득점왕 경쟁 뿐만 아니라 '세계 최고의 명장' 조제 무리뉴와 펩 과르디올라의 지략대결에도 관심이 모아진다.
2008년 과르디올라 감독이 부임한 이래 바르셀로나는 17번의 우승 기회에서 14개의 트로피를 가져갔다. 무리뉴 감독은 바르셀로나가 놓친 3번의 우승 중 2번의 우승(2010년 유럽챔피언스리그, 2011년 스페인 국왕컵)을 차지했다. 무리뉴가 과르디올라의 천적이라 불리는 이유다. 무리뉴와 과르디올라는 앙숙 관계를 유지하고 있지만, 이 둘이 처음부터 라이벌이었던 것은 아니다.
무리뉴와 과르디올라는 작고한 보비 롭슨이 바르셀로나 감독을 맡고 있을 때 처음 만났다. 롭슨 감독은 33세의 무리뉴를 통역관으로 데려왔다. 통역에 불과했던 무리뉴는 바르셀로나 선수들에게 환영받지 못했다. 그러나 곧 해박한 축구지식으로 무리뉴는 바르셀로나 선수들의 신임을 얻었다. 과르디올라는 가장 먼저 무리뉴의 능력을 인정한 선수였다. 과르디올라는 당시 바르셀로나의 주장이자 세계 최고의 미드필더 중 하나였다. 무리뉴와 과르디올라는 축구라는 공통점으로 친해졌고, 훈련장에서 전술에 대해 논의했다. 지금 과르디올라를 최고 감독 반열에 올려놓은 경기 분석력은 당시 무리뉴로부터 배운 것이다.
무리뉴와 과르디올라는 서로에게 영향을 받았지만, 지금은 전혀 다른 스타일이다. 무리뉴의 팀은 견고하고, 빠른 압박을 가하며, 이길 수 있다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지극히 실용적이다. 반면 과르디올라는 볼을 소유하고 공격한다는 철학을 강조한다. 기술이 신체를 지배한다는 순수주의를 바탕으로 한다.
경기장 밖에서도 다르다. 무리뉴는 화려한 언변으로 언론플레이를 즐긴다. 스스로 논란의 중심에 서 선수들의 부담을 덜어준다. 무리뉴의 팀은 그를 중심으로 뭉쳐있다. 반면 과르디올라는 조용하다. 논쟁적인 기자회견은 하지 않는다. 다만 바르셀로나만이 가진 철학에 다가가기 위해 노력한다.
재미있는 것은 둘이 바르셀로나에서 다시 만날뻔 했다는 사실이다. 호안 라포르타 바르셀로나 회장은 프랑크 레이카르트의 후임으로 무리뉴 영입을 시도했다. 무리뉴는 바르셀로나 스타일에 어울리지 않는 인물이었다. 결국 2군 감독이었던 과르디올라를 선택했다. 이 후 라이벌의 운명을 피할 수 없었다.
무리뉴는 2년 전 바르셀로나를 꺾고 "루이스 피구는 나에게 고마워해야 한다. 이제 피구는 바르셀로나에서 가장 미움받는 사람이 아니다"고 했다. 바르셀로나 팬들의 사랑을 받던 피구는 레알 마드리드로 이적을 감행하며 배신자가 됐다.
무리뉴의 말은 사실었다. 스페인 일간지 스포르트는 바르셀로나팬들 대상으로 가장 싫어하는 인물을 뽑았는데 51%의 득표로 무리뉴가 1위를 차지했다. 2위는 피구였다.
이처럼 뜨거운 이야기가 가득한 엘클라시코는 11일 오전 6시(한국시각) 마드리드의 산티아고 베르나베우에서 열린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