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과 기적의 아이콘' 신영록(24·제주)이 2011년 K-리그 결산의 자리에 등장해 감동을 선사했다.
신영록은 6일 서울 홍은동 그랜드힐튼호텔에서 열린 2011년 K-리그 대상 시상식에서 특별 공로상 수상자로 깜짝 등장했다. 5월 8일 대구FC전에서 심장 부정맥으로 쓰러지면서 입은 무산소성 뇌손상 탓에 자택과 병원을 오가던 신영록의 등장은 모두가 예상하지 못했던 일. 제주 구단 엠블럼이 새겨진 모자를 쓰고 차분한 걸음걸이 속에 시상대로 걸어나오는 신영록의 모습에 감독과 선수, 리그 관계자와 팬 모두 기립박수를 보냈다.
환대 속에 신영록은 감격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감사하다"고 말한 뒤 한동안 눈물을 흘리며 말을 잇지 못한 신영록은 떨리는 목소리로 "여러분들의 큰 성원이 있었기에 다시 일어날 수 있다"고 고개를 숙였다. 이어 대구전에서 쓰러졌을 당시 그라운드에 뛰어 들어 자신의 생명을 구한 김장현 제주 트레이너에게 상을 수여한 뒤 포옹을 해 진한 감동의 무대를 마무리 했다.
지난해 준우승의 영광을 맛봤으나, 올해 부진으로 축제에 초대받지 못했던 제주 유나이티드가 분위기를 주도했다. 오프닝 댄스 무대에 강수일(24)이 깜짝 등장해 갈고 닦은 셔플댄스를 선보였다. 처음에는 모자를 쓰고 나와 알아보지 못했던 각 구단 관계자와 선수, 팬들의 환호성에 강수일은 열정적인 춤사위로 분위기를 끌어올렸다. 마지막 부분에서는 웃통을 벗어 던지며 식스팩을 과시해 소녀 팬들을 열광의 도가니에 빠뜨렸다.
K-리그 최고의 반열에 오른 스타들은 저마다 톡톡 튀는 수상 소감을 밝 히면서 최고의 자리에 오른 기쁨을 만끽했다. 이날 최우수선수(MVP)상에 앞서 팬들이 뽑은 '팬타스틱 플레이어'상을 받은 이동국(32·전북)은 "한때 안티팬이 많은 축구선수 중 한 명이었는데 팬들이 주는 이런 상을 받게 되어 감회가 남다르다"고 재치있게 말해 좌중을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2005년 K-리그 데뷔 이후 처음으로 베스트11 수비 부문에 선정된 곽태휘(30·울산)는 "감사할 분들이 많은데"라는 말과 함께 김호곤 울산 감독 및 동료부터 구단 관계자와 친지, 지인, 에이전트까지 감사의 인사를 속사포 같이 쏟아내면서 웃음을 자아냈다.
평소에 입담왕으로 통하는 최강희 전북 감독은 이날 시상식에서 진지한 시상 소감을 밝혔다. 최 감독은 "K-리그가 강해야 대표팀이 좋은 경기력을 보일 수 있다. 300만 관중 시대를 열고 곧 30주년이 되는 K-리그가 더 좋은 모습을 보일 수 있도록 전북이 앞장서겠다"고 말해 박수를 받았다. 박상경 기자 kazu11@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