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시즌 한화의 마무리 용병 데니 바티스타를 둘러싼 뒷이야기다.
한화 한대화 감독은 시즌 후반 바티스타 때문에 적잖은 마음고생을 했다.
바티스타의 이닝수가 많아지고, 연투하는 날이 늘어나자 '마무리 전문을 혹사시키느냐'는 팬들의 불만이 인터넷 게시판 등을 통해 제기된 적이 있었다.
한 감독으로서는 그런 불만이 내심 답답했다. 그럴 만한 사정이 있었기 때문이다. 바티스타는 볼을 어느 정도 던지고 난 뒤 서서히 페이스를 찾는 스타일이라는 이유로 자원해서 오래 던졌다.
피칭을 하는 이닝이 얼마 되지 않는 보직인 와중에도 일종의 '슬로스타터'였던 것이다.
한 감독은 피칭을 더 해야 위력을 살릴 수 있다는 선수의 말을 존중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래서 많이 던지게 했던 것이다.
볼카운트를 풀카운트까지 몰고 갔다가 피말리는 순간에 결정구로 승부를 내는 장면이 여러차례 연출된 것도 이 때문이었다.
그런 바티스타를 한화는 이번에 다시 잡았다. 그러면서 내년 초 스프링캠프에 합류할 때까지 과제를 안겼다.
'스피드'다. 직구 시속 150㎞를 넘나드는 강속구를 가진 바티스타에게 웬 '스피드'일까. 구속을 말하는 게 아니다.
제구력을 끌어올리는 스피드를 말한다. 올시즌처럼 제구력을 빨리 찾지 못해 투구수가 많아지면 한화로서는 큰일이다.
박정진에 이은 믿을 만한 셋업맨으로 송신영이 가세한 상태다. 바티스타는 이젠 많은 이닝을 버텨줄 필요도, 투구수가 많아질 이유도 없어졌다.
삼성 오승환처럼 마무리로 등판하자마자 무서운 강속구로 상대 타자를 윽박질러야 한다. 초구부터 '원샷원킬'의 위력을 갖춰야 하는 것이다.
그래서 천천히 '간'을 보다가 승부를 거는 습관을 버리고 초반부터 정공법으로 피칭하는데 집중하도록 주문한 것이다.
한화의 불펜은 '스피드'로 완전 무장한 바티스타에게 희망이 걸려 있기 때문이다.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