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동원(20)과 선덜랜드의 새로운 감독 마틴 오닐과의 궁합은? 속단할 수 없지만, 스티브 브루스 감독 때보다는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선덜랜드는 4일(한국시각) 경질한 브루스 감독 대신에 오닐 감독을 선임했다. 오닐 감독은 레스터 시티, 셀틱, 애스턴빌라 등 중위권 클럽들을 이끌며 능력을 인정받았다. 파비오 카펠로 감독 부임 전에는 잉글랜드 대표팀 감독으로 거론되기도 했다. 때문에 영국 언론은 선덜랜드의 이번 결정에 수긍하는 분위기다.
오닐 감독의 부임은 지동원의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적응에 새로운 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전임 브루스 감독과 오닐 감독은 전혀 다른 스타일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일단 성품부터 다르다. 브루스 감독은 덕장 스타일이다. 새로운 선수들에게 고루 기회를 제공함과 동시에 빠르게 적응할 수 있도록 배려한다. 기회가 있을 때마다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 온화한 브루스 감독과 달리 오닐 감독은 맹장이다. 지나칠 정도로 강성이라 선수단과의 불화설도 심심찮게 나온다. 로비 새비지가 오닐 감독을 공개적으로 성격파탄자라고 표현했을 정도다. 적응기를 보내고 있는 지동원에게 상대하기 어려운 오닐 감독의 존재는 부담이 될 수 있다.
선수단 운용 스타일에도 차이가 있다. 유망주에게 꾸준한 기회를 주는 브루스 감독과 대조적으로 오닐 감독은 검증된 선수를 선호한다. 오닐 감독은 유망주보다는 기량이 완성된 선수를 베스트11으로 확정한 뒤, 베스트11에 대한 무한 신뢰를 보낸다. 베스트11을 혹사시킨다는 평을 들을 정도다. 그가 맡았던 팀이 후반기 부진했던 것은 오닐 감독의 이러한 성향과 무관하지 않다. 여기에 오닐 감독은 영연방 선수들을 선호한다. 잉글랜드를 대표하는 스타로 성장한 애슐리 영(맨유), 제임스 밀너(맨시티) 가브리엘 아그본라호르 등은 오닐 감독의 작품이다. 오닐 감독은 영입시 영연방 선수들을 1순위로 삼고, 선수 기용에 있어서도 영연방 선수들을 우선 기용한다. '잉글랜드 차세대 공격수'로 불리는 코너 위컴과 경쟁구도인 지동원에게 불리한 점이다.
영연방 선수들을 중용하다보니 당연히 축구색깔도 영국식이다. 좌우 측면 공격을 위주로 최전방에는 높이와 힘을 앞세운 욘 사레브, 에밀 헤스키 같은 선수들이 주로 기용된다. 힘보다는 영리하고 세밀한 축구를 하는 지동원은 오닐 감독 스타일에서는 애매한 존재가 될 수 있다.
지동원은 초반에 승부를 걸어야 한다. 앞서 언급했듯이 오닐 감독은 한번 믿음을 주면 좀처럼 바꾸지 않는 스타일이다. 다행히 지동원은 오닐 감독이 직접 지켜본 5일 울버햄턴전에서 선발로 나서 괜찮은 모습을 보여줬다. 살아남기 위해서는 빠르게 지금 보다 더 강한 인상을 심어줘야 한다. 지동원의 생존경쟁은 다시 시작됐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