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지 않았다. 아직 살아 있었다.
방송인 주병진이 12년 만에 돌아왔다. 지난 1일엔 MBC '주병진 토크 콘서트'가 첫 전파를 탔다.
'개그계 신사' 주병진은 녹슬지 않은 입담을 뽐냈다. 준비해온 멘트로 오프닝부터 웃음을 선사했다. "모아 모아 모아서"란 자신의 유행어를 곁들였다. 방송 복귀에 대한 솔직한 심정도 털어놨다.
이날 방송은 8.5%의 시청률(AGB닐슨미디어리서치)을 기록했다. 동시간대 KBS2 '해피투게더'(11.2%)에 비해 2.7% 포인트 모자란 수치. 나쁘지 않은 출발이다. 하지만 숙제도 남겼다.
아직은 '해동'이 덜 된 듯한 모습이었다. 긴장한 모습이 역력했다. 순간순간 어색한 분위기를 연출하기도 했다. 특히 게스트 박찬호가 엉뚱한 대답을 하는 등 예상치 못한 상황엔 당황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주병진은 방송 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발동이 늦게 걸리는 편이다. 3~4주가 지나면 예전 흐름의 70~80% 정도를 되찾지 않을까 희망을 가져본다"고 밝혔다.
젊은 시청자들과의 소통도 숙제로 남았다. 이날 주병진은 '정통 토크쇼'를 선보였다. 요즘 유행하는 집단 MC 체제가 아니었다. 자극적인 게임이나 억지로 웃음을 주기 위한 몸부림도 없었다. 주병진은 차분한 어조로 프로그램을 이끌어갔다.
이는 '주병진 토크 콘서트'의 제작진과 주병진이 방송 전부터 강조했던 컨셉트다. 각 방송사가 자극적인 예능 프로그램을 내세워 과도한 시청률 경쟁을 벌이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용기있는 시도다. 하지만 방송 후 시청자들의 평가는 엇갈렸다. "신선했다", "자극적이고 소란스럽지 않아 좋았다"는 의견도 있었다. 반대로 일부 네티즌들은 "올드하다", "옛날 방송 같다"는 의견을 냈다. '예의 있는 토크쇼'란 컨셉트를 유지하되 젊은 시청자들을 끌어들일 수 있는 보완책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보조 MC 최현정 아나운서와의 불협화음 역시 극복해야 할 과제다. 아직 충분히 친해지지 않은 탓인지 두 사람은 방송 내내 어색한 모습을 연출했다. 최현정 아나운서의 역할도 명확하지 않았다. 주병진의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는 역할을 해야 했지만, 진행을 지켜보고 맞장구를 쳐주는데 그쳤다.
주병진은 방송을 앞두고 "'(방송 감각이) 죽었다'는 소리가 나오지 않을까 걱정"이라고 '엄살'을 부렸다. 적어도 "죽었다"는 소리가 나오지 않았다는 점에서 주병진은 성공적인 복귀전을 치렀다. 하지만 이제 첫발을 뗐을 뿐이다. 첫 방송을 통해 떠안게 된 숙제를 어떻게 해결하느냐에 따라 성패가 갈릴 것으로 보인다.
오는 8일 방송되는 '주병진 토크 콘서트' 2회엔 배우 차승원이 게스트로 출연한다.정해욱 기자 amorr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