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강자는 '공공의 적'이다. 집중 견제는 물론 모든 선수들의 분석 상대가 된다. 때문에 정상에 오르는 것보다 지키가 더 힘든게 세계 최강자의 자리다.
왕기춘(23·포항시청)이 그랬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에서 갈비뼈 부상에도 은메달을 따낸 이후 왕기춘은 세계 최고의 자리에 올랐다. 한국 유도 최다연승 기록인 53연승을 기록하는 등 6개 국제대회에서 잇따라 우승하는 기염을 토했다. 하지만 2010년 부터 국제무대에서 시상대 높은 곳에 서는 일이 드물어 졌다. 2010년 세계선수권 동메달에 이어 광저우아시안게임에서도 은메달에 머물렀다. 2011년 8월 세계선수권대회에서 명예회복에 나섰지만 16강 탈락의 쓴맛을 봤다. 세계랭킹도 2위로 추락했다. 상대의 현미경 분석에 의한 전력 노출이 패배를 불러왔다. 기술 보완이 시급했다.
이후 왕기춘은 자신의 멘토이자 2004년 아테네올림픽 73kg급 금메달리스트 이원희(30·용인대 교수)와 대화를 많이 나눴다. 왕기춘은 "기술이 간파 됐을때 그동안 기술 변화를 주지 못했었다. 기술 변화를 위해 원희형과 많이 얘기하고 있다"고 밝혔다. 변화는 10월에 나타났다.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에서 열린 그랑프리에서 우승을 차지하며 명예회복에 성공한 것. 이어 왕기춘은 2일 제주 한라체육관에서 열린 2011년 KRA 코리아 월드컵 국제유도대회 남자 73kg급에서도 우승을 차지하며 국제대회 2연승을 거뒀다. 몽골의 가시바타르 차간바타르를 상대로 1분 6초만에 발뒤축걸기로 절반을 얻어냈고 3분 9초에 밭다리 걸기 한판으로 경기를 끝냈다.
기술 변화와 작전의 승리였다. 경기를 옆에서 지켜보던 이원희는 "기춘이한테 발뒤축걸기 하나만 보고 들어가라고 했다. 한판인거 같은데 절반 판정이 나왔다"며 웃었다. 왕기춘은 "원희형과 계속 얘기를 나눌 것"이라며 "런던올림픽을 앞두고 출발이 좋다. 올림픽 우승을 위해 기술 보완에 힘쓰겠다"고 밝혔다.
한편, 한국은 대회 첫날 최광현(60kg급·상무) 조준호(66kg급·한국마사회) 등이 금메달을 따내며 금 3개(은 1개, 동 4개)로 종합 1위에 올랐다. 베이징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최민호(한국마사회)는 66kg급으로 한 체급을 올리며 대회에 출전했지만 2라운드에서 탈락의 고배를 마셨다.
제주=하성룡 기자 jackiech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