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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농구 우리은행 감독, 선수 폭행으로 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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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 프로농구단 우리은행에서 불미스런 구타 사건이 발생했다.

이 팀의 김광은 감독이 지난 27일 신세계전이 끝난 후 소속팀 박혜진에게 폭력을 행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기 후 라커룸에 모인 선수단 앞에서 박혜진의 목을 조르고 벽으로 밀쳐 목에 피멍까지 든 것. 이 과정에서 박혜진의 친언니이자 팀 동료인 박언주가 김 감독을 말렸지만 소용이 없었고, 김 감독은 울먹이고 있는 박혜진의 머리채를 잡아 얼굴을 들게 하는 등 거친 행동을 했다.

이에 앞서 김 감독은 지난 11일에도 KB스타즈에 경기 막판 어이없는 역전패를 하자 서울 훈련장으로 소집시킨 후 주장 임영희의 얼굴에 공을 던지기도 한 것으로 밝혀졌다. 또 평소에도 폭언이나 모욕적인 언사를 했다는 것.

이번 사건은 박혜진의 어머니가 지난 29일 우리은행 정화영 단장을 만나 공식 항의를 하면서 알려지게 됐다. 박혜진의 어머니는 스포츠조선과의 전화통화에서 "성적이 안 좋으면 선수단 혼을 내는 것은 당연하겠지만, 목에 피멍이 들 정도로의 폭력은 도저히 용납할 수 없었다. 혜진이와 언주가 운동을 못하게 하는 한이 있더라도 도저히 묵과할 수 없어서 나서게 됐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진상조사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만약 김 감독이 사퇴를 하지 않으면 법적으로 싸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김 감독은 "당시 혜진이에게 교체 출전 신호를 보냈는데, 트레이닝복 지퍼를 끝까지 올려 얼굴을 파묻고 인상을 썼다. 나중에 알고보니 습관이라는데, 경기 중 감독의 지시에 반항하는 듯 보였다"며 "라커룸에서 아까 한 행동을 해보라라고 말했고, 옷깃을 잡으려는데 혜진이가 피하다 의자에 걸려 넘어질뻔 했다. 넘어지지 않도록 급하게 잡다보니 옷깃쪽으로 손이 갔고, 이 과정에서 나온 상처다. 절대 폭행이 아니었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올해 첫 감독직을 맡다보니 여자 선수들에 대해 잘 모르는 것이 많았다. 인신공격이 아니라 훈련 중 질타를 하는 과정에서 욕설이 있었는데, 선수들이 마음의 상처를 받은 것 같다. 이 부분에 대해선 솔직히 인정하고 반성하며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우리은행은 최근 몇년간 다른 팀에 FA 선수를 뺏기고, 전력 보강이 이뤄지지 않은 가운데 신인 선수 위주의 리빌딩을 하며 최하위권을 면치 못하고 있다. 최근 12연패를 하는 등 1승13패로 1할도 되지 않는 승률을 보이고 있다. 어린 선수들이 의욕이 넘쳐 강팀들과 대등한 경기를 하다가도 팀 구심점이 없다보니 막판 승부처에서 어이없는 실수를 반복하며 패하는 경우가 허다했다.

여자농구 관계자들은 "선수들도 어리고, 감독도 초보이다보니 엇박자가 많았던 것 같다"며 "아무리 전력이 약해도 성적에 대한 스트레스는 어느 감독이나 마찬가지다. 이 과정에서 선수단 조율 능력이 떨어지는 초보 감독이 많은 실수를 한 것 같다. 이번 일이 우리은행뿐 아니라 다른 팀에게도 자성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우리은행은 신인 드래프트에서 앞순위 선수를 모두 뽑았기에 4~5년 후에는 최강의 팀으로 거듭날 수 있는데, 구단 입장에서는 이를 기다리지 못하니 코칭스태프도 조급증을 드러냈고 결국 이번 사건으로 이어졌다"며 씁쓸하다는 반응을 나타냈다.

한편 우리은행은 30일 관련 당사자들과 선수들을 대상으로 진상조사를 벌여 그 결과에 따라 중징계를 내릴 예정이며, 이를 계기로 팀 혁신작업을 시도하겠다고 밝혔다.남정석 기자 bluesk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