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챔프전 결과? 에스티벤에 물어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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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포스트시즌 울산 현대 상승세의 주역을 꼽을때 빼놓을 수 없는 선수가 있다. '살림꾼' 에스티벤(29·콜롬비아)이다.

이번 포스트시즌은 에스티벤의 재발견 무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에스티벤은 정규리그에서 지루한 수비축구로 비난을 받았던 울산의 축구를 한단계 끌어올렸다. 에스티벤은 노련한 공수조율과 헌신적인 수비와 적절한 공격가담으로 울산을 이끌고 있다.

콜롬비아 대표팀 출신인 에스티벤은 2010년 K-리그 무대에 뛰어들었다. 에스티벤은 2년간 63경기나 나섰지만 주목을 받지 못했다. 조용한 강자였지만 궂은 일을 해야하는 수비형 미드필더 자리는 스포트라이트와는 거리가 있었다. 공격포인트도 지난 2년간 1골-1도움을 올렸을 뿐이다. 데얀, 몰리나(이상 서울), 모따(포항) 등 화려한 기술을 선보이는 용병에 열광하는 팬들은 에스티벤을 향해 수비적인 축구의 원흉이라는 시선을 보내기도 했다.

그러나 포스트시즌 들어 에스티벤에 대한 평가는 바뀌었다. 에스티벤은 김호곤 울산 감독의 견고한 역습 축구의 키 맨으로 활약하며 팬들과 전문가들로부터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울산의 수비는 전방위적 압박 보다는 수비 진영을 구축하고 미드필드와 협력을 통해 상대 공격진을 가둬두는 형태다. 수비의 움직임에 맞춰 유기적으로 움직여야 하는 수비형 미드필더의 역할이 중요하다. 이 호와 짝을 이룬 에스티벤은 탁월한 기동력을 바탕으로 울산 수비의 선봉에 섰다. 강력한 몸싸움으로 1차 저지선 역할을 하는가 하면, 윙백의 공격 가담시 커버플레이도 소홀히 하지 않는다. 공수 템포를 조절하다가도, 역습시에는 정교한 패스로 공격의 시발점 역할을 톡톡히 했다.

몰리나, 황진성(포항) 등 K-리그에서 내노라하는 테크니션들도 에스티벤의 앞에서는 무력해질 수 밖에 없었다. 공격수가 각광받던 한국의 용병 문화에 에스티벤은 새로운 역사를 써내려가고 있다.

전북과의 챔피언결정전에서는 에스티벤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질 전망이다. '닥공(닥치고 공격)'으로 유명한 전북인만큼 중원에서의 수비력이 강조되기 때문이다. 루이스, 에닝요, 서정진 등 전북의 2선 공격진은 기술과 결정력을 두루 갖췄다. 이들을 1차적으로 저지해야 하는 것이 바로 에스티벤이다. 에스티벤이 이번 포스트시즌에서 보여준 모습을 챔피언결정전에서도 이어간다면 전북의 '닥공'도 고전할 가능성이 크다. 에스티벤의 발끝을 주목해야 하는 이유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