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라는 공통분모 아래 K-리그 16개 구단, 16명의 감독 대다수가 여러가지 인연으로 얽혀 있다. 웬만하면 선후배, 사제지간이고, 한 다리 건너면 다 아는 이름, 형님 동생이다. K-리그 챔피언결정전에서 격돌하는 정규리그 1위 전북 현대와 FC서울, 수원 삼성, 포항 스틸러스를 꺾은 돌풍의 팀 울산 현대의 인연은 더욱 각별하다.
김호곤 울산 감독(60)은 동래고-연세대 후배이자 제자인 최용수 서울 감독을 6강 플레이오프에서 잡았고, 준플레이오프에서 윤성효 수원 감독을 눌렀다. 그런데 최강희 전북 감독(52)과의 인연도 각별하다.
둘의 만남은 20여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김 감독은 1983년 12월 창단해 1984년 K-리그에 참가한 현대호랑이축구단(울산 현대 전신) 코치였다. 당시 실업축구 한일은행에서 뛰고 있던 수비수 최강희를 영입했다. 김 감독은 선수 최강희를 눈여겨보고 있다가 직접 뽑아왔다고 했다.
김 감독에게 울산 시절 최강희는 어느 누구보다 성실하고, 모범적이며, 근성있는 선수였다. 김 감독은 "최 감독이 그때 오른쪽 윙백을 봤는데 다른 선수보다 늘 한 발 더 뛰었다. 돌이켜보면 이영무와 함께 최 감독이 지금까지 봐온 선수 중 가장 열심히, 부지런히 뛰었다"고 했다. 김 감독이 울산을 떠날 때까지 4년간 둘은 코치와 선수로 호흡을 맞췄다. 두 사람은 요즘도 자주 연락을 주고 받는다고 한다.
김 감독은 "올해 정규리그와 아시아챔피언스리그에서 모두 뛰어난 성적을 거두는 것을 보고 정말 뛰어난 지도자라는 생각을 했다"며 최 감독을 치켜세웠다.
전북과 울산은 팀명에 '현대'가 붙는 '현대가'의 형제 구단이다. 전북의 모기업인 현대자동차 정몽구 회장과 울산을 지원하는 현대중공업의 정몽준 대주주는 형제간이다. 본래 울산 구단과 1994년 창단한 전북 모두 현대자동차에서 운영했다. 같은 뿌리다. 구단 관계자에 따르면, 현대자동차가 전주 공장을 가동하면서 프로축구 균형 발전을 위해 전북을 만들었다. 3년간 2개 팀을 운영하던 현대자동차는 1998년 현대중공업에 울산 구단을 넘겼다. 한 기업이 2개의 팀을 꾸려가는 것보다 그룹 내 다른 계열사가 나서는 게 낫다는 판단에서였다. 또 2002년 한-일월드컵 유치를 이끈 현대중공업 정몽준 회장에게 힘을 실어준다는 의미도 있었다. 이철근 전북 단장은 울산 사무국장 출신이다.
형님 격인 울산과 아우 전북이 우승 결정전에서 만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챔피언결정전이 현대가의 잔치가 된 것이다.
민창기 기자 huelv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