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 프로 스포츠 경기에서는 어려울 때 한 건 해주는 선수에게 '스타'라는 최고의 수식어가 붙는다. 삼성과 퉁이의 아시아시리즈 예선 마지막 경기는 최형우가 왜 삼성의 최고 스타인지를 보여주는 경기였다. 최형우의 귀중한 홈런포 한방으로 벼랑 끝에 몰려있던 삼성은 소프트뱅크에 설욕의 기회를 가지게 됐다. 최형우 개인도 한국 홈런왕으로서의 자존심을 세워 기쁨이 두 배인 홈런이었다.
최형우는 27일 대만 타오위앤 국제구장에서 열린 대만 퉁이와의 아시아시리즈 예선 마지막 경기에서 3-3으로 팽팽히 맞서던 8회초 1사 1루의 찬스에 타석에 들어서 퉁이 투수 라이언 글린을 상대로 결승 투런포를 터뜨리며 팀의 6대3 승리를 이끌었다. 최형우는 볼카운트 1볼 상황에서 글린이 던진 한가운데 직구를 그대로 통타, 좌중월 펜스를 넘기는 홈런으로 1만2000명의 관중이 꽉 들어찬 타오위앤 구장을 침묵에 빠뜨렸다.
매우 값진 홈런이었다. 사실 삼성은 5회까지 3-1로 앞서 승리를 눈 앞에 두는 듯 했다. 최강이라 평가받는 필승 불펜진이 버티고 있었기 때문이다. 류중일 감독도 "배영수가 3~4이닝만 막아주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자신했다. 하지만 믿는 도끼에 발등이 찍혔다. 믿었던 권 혁이 6회말 구어다이치에게 동점 투런포를 허용했기 때문이다. 분위기가 퉁이쪽으로 넘어갈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이럴 때 분위기를 바꿀 수 있는 건 오직 큰 것 한방 뿐이었다. 그 시점에 퉁이는 운이없게도 최형우를 상대하게 됐고 그의 세리머니를 지켜볼 수 밖에 없었다.
한편, 이날 경기에서 삼성은 최형우의 결승 홈런과 권오준-오승환으로 이어지는 철벽 계투진의 무실점 투구로 승리를 거둬 결승행 티켓을 손에 쥐었다. 삼성은 3회초 박한이의 적시타와 채태인의 희생플라이를 묶어 2점을 선취한 후 4회 진갑용의 1타점 내야 땅볼로 3-0으로 앞서나갔다. 하지만 퉁이도 만만치 않았다. 4회말 양송시앤에게 적시타를 맞아 첫 득점을 한 퉁이는 6회 구어다이치의 홈런으로 경기를 박빙으로 만들었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삼성은 최형우의 투런포 이후 9회 상대의 폭투로 1점을 더 냈다. 특히 오승환의 투구가 인상적이었다. 9회 등판한 오승환은 최고구속 152km의 돌직구를 앞세워 퉁이의 3타자를 깔끔하게 처리했다. 대만 관중들의 탄성이 저절로 흘러나왔다.
타오위앤(대만)=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