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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이승엽 필요성 일깨운 아시아시리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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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삼성에는 이승엽이 필요하다.

삼성이 대만에서 열리고 있는 아시아시리즈에서 일본 챔피언인 소프트뱅크에게 0대9로 완패했다. 안타 5개, 잔루 10개로 꽉 막힌 득점 루트의 전형적인 모습을 보여줬다. 경기 초반 삼성이 찬스에서 1,2점만 뽑았다면 흐름이 달라질 수도 있었다. 하지만 이렇다할 강력함을 보여주지 못했다. 소프트뱅크 투수진은 경기 중후반 이후에는 삼성 타선을 자유자재로 요리했다. 물론 삼성이 의욕을 상실했기 때문에 더욱 약해보였을 수도 있다.

우선 삼성 타선의 어려움은 예상됐던 바다. 한국시리즈 우승 이후 삼성은 보름 넘게 실전을 치르지 못하면서 경기력이 최저점까지 내려앉은 상태였다. 마무리캠프를 소화하긴 했지만 아무래도 긴장감을 유지하기는 어려웠다. 그래서 삼성 코치들은 "한국시리즈 끝나고 일주일 이내에 아시아시리즈가 열린다면 자신 있겠지만, 이렇게 오래 쉬면 선수들이 목표의식이 희미해질 수밖에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반면 소프트뱅크는 아시아시리즈 개막 며칠 전까지 재팬시리즈를 치렀다. 체력적인 면에선 삼성이 유리할 수도 있겠지만, 그 보다는 경기 감각 측면에서 소프트뱅크는 리듬을 유지한 반면 삼성은 그러기 힘들었다. 삼성은 첫날 호주 대표팀인 퍼스와의 경기에선 그럭저럭 타선이 제몫을 했다. 근본적으로는 퍼스의 수비력과 전체적인 짜임새가 떨어졌기 때문에 얻은 승리였다. 이튿날 소프트뱅크와의 경기에선 밑천이 드러난 모양새였다.

삼성 류중일 감독은 처음부터 예선 소프트뱅크전은 버린다는 계획을 갖고 있었다. 차우찬 안지만 윤성환이 전력에서 제외된 상황이다. 모든 경기를 필사적으로 치를만한 투수력을 갖추지 못했다. 일단 퍼스를 잡고, 예선 세번째 상대인 퉁이를 꺾은 뒤 결승전에 올라 소프트뱅크와 진검승부를 펼치겠다는 전략을 세웠다. 그러다보니 26일 소프트뱅크전에선 초반에 기선을 제압당한 뒤 계속 끌려가는 모양새를 겪을 수밖에 없었다.

근본적으로는 삼성 타선에 강력한 카리스마가 필요하다는 게 입증된 경기이기도 했다. 올해 최형우가 많이 성장했지만, 최형우 혼자로는 상대 마운드를 크게 위협할 수 없다. 최형우와 파트너를 이뤄 시너지효과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또한명의 타자가 필요하다. 류중일 감독은 최근 오키나와 마무리캠프에서 "올해와 같은 전력을 그대로 가져가면 내년에는 우승에 도전하기 어렵다"고 말하기도 했다.

일본에서 돌아온 이승엽이 조만간 삼성으로 컴백한다. 이번 아시아시리즈를 치르면서도 삼성은 '이승엽이 있었으면 상황이 달라졌을텐데'라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을 것이다. 산전수전 다 겪은 이승엽이 타선에 이름을 올리는 것만으로도 상대 마운드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게다가 같은 라인업에 이름을 올린 타자들이 얻게 되는 심리적 효과도 클 것이다. 이승엽 최형우 박석민이 하나로 묶이게 되면 단순히 타자 세명의 합이 아닌 그 이상의 효과를 낳을 수 있을 것이다.

아직 아시아시리즈는 끝나지 않았다. 하지만 이번 대회를 떠나 다음 시즌을 바라봤을 때, 역시 삼성에는 이승엽이 필요하다는 게 여실히 드러나고 있다.

김남형 기자 star@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