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청룡영화상 수상자들은 한 해 동안의 한국 영화계 트렌드를 반영하고 있다.
잘 안 될 줄 알았던 '다크호스'들이 선전했다. 특히 독립영화의 강세가 눈에 띄었다. 엄청나게 흥행한 상업영화와 저예산 독립영화에서 골고루 수상자가 나왔다.
▶다크호스의 상승세
개봉 전부터 기대를 모으던 작품들을 제치고 '다크호스'들이 흥행 전쟁에서 승리를 거둔 점이 독특하다.
여름 블록버스터 전쟁에서 가장 주목받지 못하던 '최종병기 활'이 마지막 승자가 됐다. 하지원 등 쟁쟁한 스타들이 등장한 3D액션 '7광구', 전쟁 대작 '고지전', 한국 최초의 오토바이 액션 '퀵' 등이 여름 극장가에서 뜨거운 기대를 모았다. 가장 개봉 시기가 늦었던 액션 사극 '최종병기 활'은 이 중 가장 화제성이 떨어졌지만, 뚜껑을 열어 보니 달랐다. 스피디한 액션과 긴박한 전개로 관객을 사로잡았고, 결국 '써니'를 제치고 750만여명의 관객을 동원, 올해 최대의 흥행작에 등극했다. 청룡영화상에서도 남우주연상 수상자 박해일, 여우신인상 수상자 문채원, 남우조연상 류승룡에게 골고루 상을 안기며 선전했다. 상반기 메가 히트작 '써니' 또한 당초 전혀 기대작이 아니었다. TV 드라마에서 주로 활동하던 유호정과 10대 신예 심은경이 주연인데다, 여성들의 추억담을 다룬 스토리라는 점에서 큰 흥행 요소가 없다고 판단됐지만 막상 개봉되자 복고 바람을 타고 700만명이 넘는 관객을 동원했다. 가족간의 사랑을 다룬 '헬로우 고스트', 노년의 러브스토리 '그대를 사랑합니다' 등도 개봉 전에는 기대치가 적었지만, 볼 만한 휴먼스토리로 입소문이 나면서 각각 300만, 100만이 넘는 관객을 모았다. '그대를 사랑합니다'는 김수미에게 여우조연상을 선사했다.
하반기까지도 다크호스의 질주는 계속됐다. 청각장애인학교에서의 충격적인 성폭행 사건을 다룬 '도가니'가 예상을 깨고 400만이 넘는 관객의 심금을 올렸다. 김하늘이 시각장애인 연기를 펼친 '블라인드' 또한 여자 주인공을 내세운 영화가 별로 없는 상황에서 당초 큰 기대를 모으지 못했지만, 200만 관객을 넘기며 흥행에 성공했다. 결국 청룡과 큰 인연이 없던 김하늘에게 여우주연상을 안겼다.
▶독립영화, 스타 탄생시켜
올해는 저예산 독립영화가 괄목할 만한 성과를 보인 한 해이기도 했다. 개봉했는지조차 모르고 넘어가는 작품이 많은 것이 독립영화의 현실이지만, 올해는 독립영화 화제작 세 편('파수꾼', '혜화, 동', '무산일기')이 1만 관객을 돌파하며 작은 돌풍을 일으켰다. 특히 '파수꾼'은 독립영화로선 드물게 2만 명이 넘는 관객을 동원했고, 최근 못 본 관객들을 위한 재상영까지 이뤄질 만큼 사랑받은 작품이다. 주연을 맡은 배우 이제훈은 신인임에도 '고지전'에 주연으로 출연하면서 더욱 인기를 얻었고, 결국 압도적인 지지 속에 올해 청룡영화상 남우신인상을 수상했다. 그는 최근에는 한 카메라 광고 모델 자리까지 꿰차며 차세대 스타 등극에 성공했다. 각종 영화상 신인감독상을 휩쓴 윤성현 감독 또한 청룡영화상 신인감독상을 차지했다.
'혜화, 동' 또한 여우신인상 후보로 아쉽게 문채원에게 상을 양보한 신예 여배우 유다인을 재발견하게 한 작품으로 손꼽힌다. 미혼모와 유기견 문제를 밀도있게 다룬 내용으로 1만 관객을 돌파하며 흥행과 평단의 지지를 함께 얻었다. 신인 감독이자 주연배우로 나선 '무산일기'의 박정범 또한 올해의 발견이다. 아쉽게 수상은 하지 못했지만 탈북자끼리의 불신과 남한 사회의 어두운 면을 조명한 이 영화 또한 '파수꾼'과 함께 제15회 부산국제영화제 뉴 커런츠상을 받았다. 특별취재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