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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작은' 이승호 잡지 않은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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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부터 이승호를 붙잡을 마음이 없었다.

LG가 조용한 스토브리그를 보내고 있다. 수년동안 FA(자유계약선수) 시장에서 적극적인 행보를 보인 것과 확연히 달라졌다. 내부 FA 4명 중 왼손투수 이상열만 붙잡았고, 외부 FA는 단 한명도 영입하지 않았다. 당초 정대현과 '작은' 이승호 등 불펜투수를 붙잡으려는 생각도 있었지만, 금세 접었다.

정대현은 메이저리그 진출을 선언한 탓에 어쩔 수 없었다고 쳐도 이승호를 붙잡지 않은 것은 의외다. 이승호는 선발과 불펜이 모두 가능한 왼손투수다. 나이도 올해 30세로 젊은 편. 좌완 투수가 부족한 LG 사정상 탐낼 만도 했다.

하지만 LG 김기태 감독의 입장은 단호했다. 구단에서 '영입하자'는 말도 있었지만, 김 감독은 남은 투수들의 박탈감을 걱정했다. 올시즌에도 웨이버 공시된 이대진을 데려오고, 넥센과 2대2 트레이드를 하는 탓에 2군 투수들은 불만이 많았다. 열심히 뛰어도 기회가 오지 않는다는 것이다.

김 감독은 지난해와 올시즌 중반까지 1년 반 가량 2군 감독을 했다. 국내에서의 첫 지도자 생활이었다. 당시 느낀 점이 많았다. 1군에서 뛸 수 있는 실력을 갖췄음에도 기회가 오지 않는 선수들이 많았다. 1군에 올라가도 마음의 준비가 덜 된 탓에 기량을 100% 발휘 못하는 경우가 허다했다. 감독으로 부임한 뒤에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던 것이 내부경쟁을 통한 상대적 박탈감 해소였다. 외부 FA보다는 내부 육성으로 부족한 부분을 채워나가기로 했다.

이상열을 붙잡으면서 일단 올시즌과 같은 상태를 유지하게 됐다. 그래도 이상열 한 명으로는 버거운 게 사실이다. 이상열을 뒷받침할 후보군은 총 3명. 최성민 양승진 최성훈이 그 주인공이다.

프로 3년차인 최성민은 올시즌 18경기서 2승1패 1홀드에 방어율 3.38을 기록하며 가능성을 보였다. 제구력이 문제지만, 직구의 볼끝이 좋다. 직구가 투심패스트볼이나 싱커처럼 홈플레이트에 도달하기 전에 살짝 휜다. 특이한 직구 덕에 땅볼 유도에 능하다. 올시즌 땅볼/뜬공 비율이 무려 4.88에 달한다.

시즌 중반 한화에서 데려온 양승진은 커브가 좋다. 직구를 던질 때와 팔스윙이 크게 차이가 없어 타자들을 현혹시키기 좋다. 컨트롤만 잡는다면 충분히 1군에서 통할 만하다.

2012 신인드래프트에서 2라운드 전체 16순위로 지명한 최성훈 역시 기대를 모은다. 야구월드컵 대표팀에 뽑힐 정도로 대학 투수 중 최상위 클래스였다. 직구 구속은 다소 느리지만, 커브를 비롯한 변화구가 좋다. 미야자키 교육리그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기도 했다.

이름값에서는 다소 밀릴 수 있지만, 김기태 감독을 비롯한 코칭스태프는 3명의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마무리훈련과 스프링캠프를 통해 1군에서 뛸 선수를 고를 예정이다. 누가 치열한 경쟁에서 승리할 수 있을까.

이명노 기자 nirvan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