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치 이번 챔피언십을 위해 지난 3년간 기량을 갈고 닦은 것 같다.
울산 현대 공격수 김신욱(23)은 프로에 첫발을 디딜 때만 해도 수비수였다. 2009년 수비수로 울산에 입단했다. 1m96, 93kg의 당당한 체구. 하지만 좋은 신체조건을 갖추고도, 유연성이 떨어지고 움직임이 느렸다. 그해 울산 지휘봉을 잡은 김호곤 감독은 공격수로서 김신욱의 잠재력을 찾아냈다. 세트피스 상황에서 김신욱의 높이를 활용하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판단했다. 포스트 플레이에 능한 장신의 공격수가 없었던 팀 사정도 작용했다.
첫 술에 배부를 수는 없다. 김신욱은 착실하게 공격수로서 커갔다. 2009년 27경기에 나서 7골을 넣더니, 지난해 33경기에 출전해 10골을 넣었다. 그러나 제공권이 있다는 점 외에 크게 내세울 게 없었다. 팀의 간판 공격수로서 뭔가 허전했다.
2010년 남아공월드컵을 앞두고 허정무 대표팀 감독은 김신욱을 대표팀에 불러 가능성을 체크했다. 그러나 기존의 공격수를 뛰어넘기에는 부족한 게 많았다.
최고의 공격수로서 뭔가 부족한 듯 했던 김신욱이 올시즌 활짝 날개를 펼쳤다.
김신욱은 올 리그컵 대회 득점왕이다. 11골을 쏟아내며 울산을 컵대회 우승으로 이끌었다. 김호곤 감독이 프로 감독을 맡은 후 처음 맛보는 우승이었다. 그런데 정작 중요한 정규리그에서는 6골에 그쳤다. 간판 공격수인 김신욱보다 중앙 수비수 곽태휘(7골)가 더 많은 골을 넣었다. 울산이 수비에 비해 공격이 약하다는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주전 공격수로서 고개를 들지 못했다.
그랬던 김신욱이 2011년 현대오일뱅크 K-리그에서 펄펄 날고 있다. 지난 19일 FC서울과의 6강 플레이오프에서 결승골을 터트려 3대1 승리를 이끌더니, 23일 수원 삼성과의 준 플레이오프 전반 21분 선제골을 터트렸다. 챔피언십 2경기 연속골이다. 서울전에서는 자신의 장점을 살려 설기현의 크로스를 헤딩골로 연결했고, 수원전에서는 이재성이 내준 패스를 오른발로 마무리했다.
경기 전에 "내 장점을 살려 수원의 수비벽을 뚫어보겠다"고 했는데, 머리가 아닌 발로 수원 수비진을 무너트린 것이다.
김신욱은 승부차기에서도 여유있게 킥을 성공시켜 승리의 발판을 놓았다. 세번째 키커로 나서 수원 골키퍼 정성룡의 움직임을 보고 골문 중앙으로 가볍게 차 넣었다.
이번 챔피언십은 김신욱을 위해 잘 준비된 무대같다.
연장접전 끝에 1대1 무승부를 기록한 울산은 승부차기에서 3-1로 이겨 2009년 이후 3년 만에 아시아챔피언스리그 출전권을 따냈다.
수원=민창기 기자 huelv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