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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헛돈 들인' 100억 대작 '계백', 쓸쓸한 퇴장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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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월화극 '계백'이 기대에 못 미치는 시청률로 쓸쓸히 퇴장했다. 지난 22일 방송된 '계백'의 마지막회는 13.0%의 시청률(AGB닐슨미디어리서치)을 기록했다. 동시간대 방송된 SBS 드라마 '천일의 약속'은 17.4%였다. 지난 7월 25일 첫 전파를 탄 '계백'의 자체 최고 시청률은 8월 22일 기록한 14.3%. 애초 '계백'은 제작비 100억이 투입됐다는 점에서 큰 기대를 모았다. 100억 대작 '계백'이 시청률 경쟁에서 졸전을 펼칠 수밖에 없었던 이유가 뭘까?

▶100억은 어디로?

'계백'은 방송 초기부터 엉성한 전투신으로 시청자들의 질타를 받았다. "100억의 제작비를 도대체 어디에 쓴 것인지 모르겠다"는 소리도 나왔다. '계백'은 백제의 용맹한 장수 계백의 이야기를 그린 드라마다. 그런 만큼 전투신의 비중이 절대적이었다. 계백 역을 맡은 배우 이서진 역시 방송 전 기자간담회를 통해 "대규모 전투신이 등장한다. 액션의 화려함보다는 규모가 돋보일 것이다. 황산벌 전투 장면을 촬영하면서 말 두 마리가 실려나가고 다친 사람들도 있었다. 실제 전쟁터의 느낌이 들었다"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하지만 '계백'은 수준 이하의 전투신을 보여주면서 시청자들의 시선을 붙잡는 데 실패했다. 고작 수십 명의 병사들이 썰렁한 분위기 속에서 전투를 치렀고, 출연자들의 액션도 어색했다.

▶'계백'의 주인공은 의자왕?

여성 지략가 미실을 전면에 내세웠던 MBC 드라마 '선덕여왕'과 달리 '계백'에서 가장 비중이 높은 인물은 다름 아닌 계백이었다. 하지만 미실과 비슷한 캐릭터로 화제를 모았던 사택비(오연수)가 극 초반부터 주목을 받았다. 사택비와 러브라인을 형성했던 계백의 아버지 무진(차인표) 역시 시청자들의 호평을 받았다. 사택비와 무진은 '예정대로' 극 중간 하차했다.

그렇다면 계백이 중심이 돼 드라마 전체를 이끌어가야 할 터. 하지만 '계백'의 스토리는 계백과 의자왕(조재현), 은고(송지효) 사이에서 중심을 잡지 못하고 오락가락했다. "도대체 누가 주인공인지 모르겠다"는 불만의 목소리가 나왔다. 방송 전 제작진이 공언했던 것과 달리 '계백'은 계백과 의자왕에 대한 신선한 해석도 내놓지 못했다. 또 계백의 용맹한 모습을 그리기보다는 등장인물들의 러브라인에 집중했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됐다.

▶'역사 왜곡' 논란까지….

'계백'은 '역사 왜곡'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사극 제작 과정에선 역사적 사실을 재해석해 재가공된 새로운 스토리를 만들어내는 것이 보통이다. 경우에 따라 실존하지 않았던 인물이 등장하기도 하고, 없었던 에피소드가 더해지기도 한다. 하지만 정도가 지나치면 시청자들의 공감을 이끌어내기 어렵다.

특히 성충(전노민)의 죽음에 대한 시청자들의 불만이 컸다. 극 중 성충은 은고에게 살해당하는 것으로 묘사돼 있다. 하지만 역사적 기록에 따르면 성충은 의자왕의 노여움을 사서 투옥된 뒤, 단식을 이어가던 중 외적의 침입을 예언하며 적을 막으라는 유서를 남긴 채 죽음을 맞이했다. 성충은 비교적 널리 알려진 역사적 인물이다. 역사에 대해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는 시청자라면 성충의 죽음에 대해서도 잘 알고 있다. 이 때문에 성충의 죽음이 역사적 사실과 다르게 그려진 것에 대해 시청자들은 거부감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정해욱 기자 amorr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