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룡영화상이 이틀 앞으로 바짝 다가왔다. 모든 관심사가 '누가 상을 받을지'에 쏠려 있다. 국가대표 스포츠 대전을 보는 것과 다름없는 긴장감의 연속이다.
올해의 여우주연상 후보들은 모두 상을 받아 마땅한 연기력을 보였다. 그러나 전부 트로피를 가져갈 수는 없다. 과연 후보들 사이에 어떤 밀고 당기기가 이뤄지고 있을지, '관전포인트'를 마련했다.
▶5인의 후보, 어떻게 결정됐나
청룡영화상 각 부문 후보는 제작사, 투자배급사, 영화홍보사, 광고디자인사 관계자들 및 현직 감독 등 영화계 종사자 500여명의 설문조사와 네티즌 투표를 통해 결정된다. 영화인들의 전문성과 대중성을 후보 선정에 최대한 고루 반영하기 위한 방식이다. 스포츠조선은 올해 청룡영화상 후보 선정을 위해 지난달 5일부터 27일까지 영화인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했으며, 18일부터 27일까지는 청룡영화상 홈페이지에서 네티즌 투표를 진행했다. 청룡영화상은 출품제가 아니라 일정 기간에 개봉된 모든 영화를 대상으로 한다. 이번엔 지난해 10월 21일 개봉작인 '참을 수 없는'부터 올해 10월 13일 개봉작 '히트'까지가 대상작이었다.
영화인 설문조사 참여자들은 15개 부문별로 후보를 5명씩 추천하며, ID당 한 차례만 가능한 네티즌 투표에선 모든 부문에 1명씩 후보자를 추천할 수 있다. 두 가지 조사 결과를 합산해 각 부문 상위 5위까지의 후보자(작)가 후보에 오르게 된다. 주연, 신인, 조연 부문 모두 추천 대상 배우는 미리 정해져 있지 않다. 따라서 같은 배우가 여러 부문에서 추천을 받을 수도 있다. 설문조사 참여자들은 추천하는 배우가 주연, 신인, 조연 중 어느 범주에 들어가는지를 자유롭게 판단해 추천하게 된다. 올해 여우주연상 후보 5인은 영화인 설문조사와 네티즌 투표에서 모두 압도적인 지지를 받아 후보에 올랐다.
▶해외파vs국내파: 탕웨이의 거센 도전, 막힐까?
올해 청룡영화상 여우주연상은 다른 해보다 더욱 특별하다. 중화권 톱스타 탕웨이가 청룡영화상 사상 최초로 여우주연상 후보에 오른 외국인 여배우가 됐다. 탕웨이는 현빈과 함께 출연한 '만추'로 이미 올해 백상예술대상과 영평상 여우주연상을 받으며 한국 팬들에게 더욱 친숙해졌다. '만추'에서 보여준 깊은 눈빛 연기와 특유의 분위기 또한 대단했다는 평가다. 하지만 탕웨이 외의 후보인 김하늘 김혜수 정유미 최강희 또한 한국 영화계에서 가장 높은 지지도를 얻고 있는 여배우들이다. 모두 탕웨이와 마찬가지로 올해의 후보작에서 자신의 장기를 100% 살린 만큼 쉽게 트로피를 넘겨주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시상식을 앞두고 국내 팬들 또한 '한국 여배우들이 상을 받을 가능성이 더 높아 보인다', '올해 트로피를 두 개나 가져간 탕웨이도 충분히 승산있다'며 엇갈리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앞서 열린 대종상에서는 김하늘이 '블라인드'로 여우주연상을, 부일영화상에서는 정유미가 '옥희의 영화'로 여우주연상을 받았다. 탕웨이가 올해 한국 영화상을 '휩쓴' 것은 아닌 만큼, 마지막 결산의 장인 청룡영화상에서의 결과가 더욱 궁금해진다.
▶관록vs패기, '카멜레온'vs'한우물'
연기 색깔로 여우주연상 후보들을 분류해 보는 것도 흥미롭다. '관록과 패기', '장기와 변신'의 대결이다. 우선 관록있는 선배들로는 맏언니 김혜수를 비롯해 30대 대표주자 김하늘 최강희가 있다. 김혜수는 10대였던 1980년대부터 CF모델로 활동한 베테랑 중의 베테랑이다. 안방극장은 물론 스크린과 교양 프로그램 진행까지, 쌓아온 내공으로는 후보 중 최강이다. 김하늘 최강희 또한 김혜수보다는 까마득한 후배지만, 1990년대부터 연기를 시작해 10여년의 경력을 자랑한다.
김하늘은 모델로 연예계에 데뷔해 1998년 '바이 준'으로 영화 주연을 맡았고, 최강희 역시 모델로 데뷔 뒤 1995년 청소년 드라마 '신세대 보고서 어른들은 몰라요'와 1998년 영화 '여고괴담' 등으로 1990년대에 이미 대표적인 청춘스타 자리에 올랐다.
2000년대에 연기를 시작한 패기만만한 스타로는 탕웨이와 정유미가 맞선다. 탕웨이는 2004년 영화 '경화연자(국내 개봉제목: '탕웨이의 투캅스')'로 스크린에 데뷔했다. 이후 2007년 엄청난 경쟁률을 뚫고 '색, 계'의 여주인공으로 발탁돼 세계적인 명성을 얻은 2000년대 톱스타다. 유일한 20대인 정유미 또한 2004년 단편영화 '폴라로이드 작동법'으로 데뷔했다. 2005년 '사랑니'와 2006년 '가족의 탄생' 등으로 좋은 평판을 얻기 시작해, 충무로에서 가장 활발한 20대 여배우 중 한 명이 됐다.
또한 김하늘과 김혜수, 탕웨이는 각각 기존 이미지와 달리 시각장애인과 신경쇠약 환자, 특별 휴가를 나온 죄수 연기를 선보이며 '카멜레온'의 면모를 과시했지만, 최강희와 정유미는 각각 자신의 원래 장기인 톡톡 튀는 로맨틱 코미디 연기와 진심이 묻어나는 진지한 연기를 100% 보여주는 데 몰두한 '한우물 판 스타'라는 점도 대조된다. 이예은 기자 yeeune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