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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 스카우팅 리포트] 조인성, 지명타자로는 3년 충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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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인성이 14년간 뛴 LG를 떠났다. 당초 LG와 무난히 계약할 것으로 보였지만, 우선협상기간 양측은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LG는 계약기간 '2+1년'을 제시했고, 조인성은 3년 계약을 고수했다. 금액적인 부분에서도 차이를 좁히지 못했다. 삼성 진갑용이 2년 12억원(계약금 4억원, 연봉 4억원)에 계약한 것도 조인성에겐 악재였다. 이런 조인성에게 SK가 손을 내밀었다. SK는 진갑용의 조건을 뛰어넘는 3년 19억원(계약금 4억원, 연봉 4억원, 옵션 1억원)에 조인성과 계약했다. 하지만 포수가 아닌 지명타자로 활약하길 원했다.

▶타격

강점은 역시 파워다. 배트 중심에 맞혔을 때 언제든 담장을 넘길 만한 장타력을 갖췄다. 정교함은 분명 떨어진다. 컨택트보다는 파워로 버티는 타자다.

빠른 공에 강하다. 직구 또는 빠른 슬라이더 공략에 능하다. 코스별 타율에서 나타나듯 몸쪽 공에 특히 강하다. 바깥쪽으로 높게 흘러나가는 변화구도 잘 맞힌다. 이 코스로 들어오는 공은 유독 장타가 많다. 당겨치는 것은 물론 밀어치기도 잘한다.

36세의 노장이지만, 배트 스피드와 허리 회전은 젊은 시절에 비해 크게 부족함이 없다. 타고난 유연성으로 얻은 두가지 장점이다. 큰 몸집에 비해 유연한 스윙은 이대호를 연상시키기도 한다. 하지만 단점 역시 뚜렷하다. 느린 공이나 떨어지는 변화구를 잘 공략하지 못한다. 타이밍을 잘 맞춘 커브나 홈플레이트에서 떨어지는 포크볼, 체인지업 등에 유독 약하다. 치명적인 약점이지만, 그는 약점의 보완 대신 강점의 극대화를 선택해왔다.

▶수비 및 주루

'포수' 조인성을 이야기할 때 항상 빠지지 않는 말이 있다. 바로 그의 투수 리드 능력을 비하하는 '조바깥'이라는 오명이다. 실제로 LG 투수들의 몸쪽과 바깥쪽 비율은 비슷하다. 리드대로 던지지 못한 LG 투수들의 문제도 있다. 투수 리드에 있어 평가가 갈리는 이유다. 박경완처럼 상대의 허를 찌르는 정도는 아니지만. 평균 이상의 리드를 보인다는 평가다.

반면 나이가 들면서 움직임이 둔해진 것은 분명하다. 특히 체력이 부칠 때 폭투나 포일을 내주는 경우가 종종 보인다. 이는 노장 포수들에게 보이는 어쩔 수 없는 문제다. 하지만 '앉아쏴'의 명성은 여전하다. 타고난 어깨 덕에 아직도 수준급의 송구력을 자랑한다. 주자의 움직임을 묶는 센스는 부족하지만, 어깨로 이를 극복해왔다.

주루는 기대해선 안된다. 발이 느린데다 움직임도 둔하다. 김동주처럼 느린 발을 주루 센스로 극복하는 경우도 있지만, 조인성은 그렇지도 못하다.

▶몸상태와 내년 전망은

유연성을 타고났다. 그래서 쉽게 다치지 않는다. 14년간 프로생활을 하면서 1군에서 오랜 시간 자리를 비운 적이 없는 이유다. 1~2년 정도는 포수로 뛸 수 있는 체력을 갖고 있다. 관리가 필요하지만, 출전경기 수만 조절해준다면 충분히 시즌을 소화할 수 있다.

하지만 SK는 공격력 강화 측면에서 조인성을 '지명타자'로 쓰기로 했다. 포수보다는 그의 장타력을 높게 산 것. 그래도 박경완이 제 컨디션으로 돌아올지 미지수고, 정상호 역시 잔부상이 많기에 조인성을 또다른 포수로 활용하겠다는 계산도 깔려있다.

내년 시즌 지명타자 혹은 대체포수로 SK에서 자리잡기 위해서 해결해야 할 문제가 있다. 기복이 심한 것을 고쳐야 한다. 타격 사이클이 떨어졌을 때 빨리 올라오지 못하고 긴 시간 슬럼프에 빠지는 스타일이다.

언제든 담장을 넘길 수 있는 파워를 갖췄지만, 그만큼 약점도 분명하다. 내년에는 적극적으로 상대 투수를 극복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노력만 뒷받침된다면 지명타자로 3년은 충분하다.

이명노 기자 nirvan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