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소 천사' 김하늘(23·비씨카드)의 전성시대다. 김하늘은 2011년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에서 상금왕(5억2429만원)과 다승왕(3승) 대상 등 3관왕을 거머쥐었다. '김하늘의 해'로 2011년을 마무리했다. 3년 만의 비상이라 더 눈길을 끈다. 2007년 신인왕을 거머쥐며 화려하게 프로생활을 시작한 그는 2008년 3승을 거두며 반짝 스타로 떠 올랐다. 하지만 2009년과 2010년 깊은 슬럼프를 겪으며 기억에서 잊혀져갔다. 2009년 서울경제여자오픈에서는 라운드 도중 6개의 볼을 OB구역과 워터해저드로 날려 갤러리에게 볼을 빌리기도 했다. 그랬던 김하늘이 부활했다.
덕분에 그의 부활을 이끌어낸 두 남자가 새삼 주목 받고 있다. 숨은 주역인 '캐디 대디'인 부친 김종현씨(48)와 '새로운 캐디' 박상민씨(21). 김하늘은 골프를 하면서 아버지 김씨와 항상 함께 했다. 캐디백을 든 아버지는 든든한 버팀목이었다. 3년간 힘든 시기를 보낼때도 김하늘이 용기를 잃지 않았던 것도 아버지가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골프계에서 사이가 좋기로 소문난 부녀는 지난 9월 한국경제 챔피언십을 끝으로 작별했다. 딸의 독립심과 의지력을 키워주기 위한 아버지의 결단이었다. 김씨는 "예전에는 못하면 아빠한테 책임을 씌우면 됐는데 이제 본인이 모두 책임져야 하니 책임감이 늘었다"고 밝혔다. 이어 "내가 없으니 클럽 선택을 하늘이가 직접하는데 앞바람과 뒷바람에 따라 클럽을 선택하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란다"며 딸의 모습을 대견스러워했다.
같은 스승에게 지도를 받으며 2008년부터 인연을 이어 온 친한 동생 박상민씨가 캐디백을 들었다. 2년 전, 김하늘은 한 대회에서 박씨와 캐디로 호흡을 맞췄는데 볼을 치는 내내 즐거웠다. 이후 김하늘은 꾸준히 러브콜을 보냈지만 박씨가 튕겼다. 세미프로인 그도 대회 출전을 멈출 순 없었기 때문이다. 결국 박씨는 올시즌을 마친 9월부터 군입대전 용돈벌이 삼아 캐디백을 맡았다.
그런데 그와 함께 한 뒤 김하늘은 6개 대회에서 2승(하이트진로 챔피언십과 이데일리-KYJ골프 여자오픈)과 준우승(KB금융 스타 챔피언십, ADT캡스 챔피언십)을 두 차례 이뤄냈다. 굴러온 복덩이었다. 김하늘과 새 캐디의 찰떡 궁합에는 이유가 있었다.
김하늘은 요즘 박씨만 봐도 웃음이 나올 정도다. 샷이 잘 맞지 않아도 다음 샷을 위해 이동할 때 이야기 꽃이 핀다. 박씨의 독특한 내조 방식 덕분이다. '개그 본능'이 비결이다. 박씨는 "게임 얘기는 티샷 전에 잠깐 할 뿐이다. 경기 중에는 주로 개그 프로그램 얘기를 많이 한다. 개그 소재라든가 얘기할 거리를 미리 준비한다"고밝혔다. 김하늘도 맞장구쳤다. "웃음 코드가 잘 맞는다. 한 사람만 웃으면 민망할텐데 같이 웃음이 터지니 예전보다 말도 많이 하게 되고 즐겁게 칠 수 있다." ADT캡스 챔피언십이 열린 제주 서귀포시 롯데 스카이힐에서 이뤄진 인터뷰에서도 둘은 재미있는 신경전을 펼쳤다. "앞으로 나와. 남자가 센스 없이." 함께 사진을 찍는 찰나에, 서로 얼굴이 작게 나오고 싶다며 몸을 뒤로 뺐다. 이어 김하늘은 "상민이가 나 때문에 떴는데 본인은 인정을 안한다"며 투정을 부렸다. 박씨는 그저 웃을 뿐이었다. 하지만 김하늘은 이내 고민을 털어놨다. 박씨가 내년 2월 입대를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김하늘은 "자원입대다. 계속 5월까지만 함께 하자고 얘기하는데 의지가 강하다. 그래도 본인이 제대후 프로 테스트도 봐야하고 계획이 있어 만류할 수도 없다"며 씁슬해 했다. 기자도 군입대를 늦추라며 김하늘을 거들었지만 박씨는 고민하는 척도 안하고 그저 또 웃었다.
김하늘은 KLPGA 상금왕 자격으로 내년 시즌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4~5개대회에 출전한다. 과연 박씨와 함께 미국 무대에 서고 싶어하는 김하늘의 바람이 이뤄질 수 있을까.
하성룡 기자 jackiech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