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선택부터 까다롭기로 유명한 김수현 작가가 이제 막 군에서 제대한 배우를 자신의 신작 주인공으로 낙점했다. '천일의 약속'을 컴백작으로 선택한 김래원 말이다. 김작가의 선택이 옳았는지 이미 '천일의 약속'은 월화극 부동의 1위로 자리잡았다. 여러가지 말들도 많았지만 김래원은 극중 지형으로 건재하고 이제 '천일의 약속'에서 자신의 연기를 펼칠 일만 남았다. 그런 그를 청담동 한 카페에서 만났다.
▶김혜숙의 권유로 출연 결정
초반 다른 배우에게 지형 역이 제안됐었다는 것도 김래원은 알고 있었다. "저도 사실 거절하려고 했어요. 너무 힘든 역할인 것 같아서요. 초반에 지형 캐릭터를 가지고 나온 이야기들도 예상할 수 있는 부분이었거든요. 정을영 PD님에게 직접 찾아뵙고 거절하려고 했는데 제 어머니로 나오시는 김혜숙 선생님께서 '해보라'고 권해주셨죠. '이번 작품 해라. 배우로서 도움이 많이 될거다'라고 하시더라고요. 그래서 두말 않고 했어요."
힘든 역할일 것이라는 본인 판단도 들어맞았다. "촬영 들어가기 전에 7~8㎏을 뺐거든요. 그런데 촬영 시작하고 나서 자연스럽게 다시 7~8㎏이 빠졌어요. 지금 몸무게는 예전 중학교 때 몸무게예요. 화면에도 제 다크서클이 다 보이더라고요.(웃음)"
'뿌리깊은 나무'에 출연중인 한석규도 촬영하며 만났다. "선배님하고는 낚시 친구거든요. 촬영 중에 우연히 만났는데 선배님이 '많이 힘들겠다. 끈 놓지 말고 집중해서 해라'고 조언을 해주시더라고요. 제가 어떻게 연기하고 있는지 다 알고 계신거죠. 정말 고마웠어요."
▶결혼은 아직, 쾌할女가 잘 맞을 것 같아요
81년생이니 김래원은 우리나이로 서른 하나다. "마지막 연애요? 1년 반 전인가.(웃음) 아직 결혼에 대한 생각은 없어요. 연애는 모르죠. 제 나이가 되니 결혼 전제 없이 만나는 건 쉽지 않잖아요. 제가 좀 조용한 편이라 밝고 쾌활한 여성분이 저하고 잘 맞을 것 같아요. 극중에서요? 서연이도 아니고 향기도 아닌데….(웃음)"
하지만 지금은 일을 더 많이 하고 싶단다. "아직은 일에 열중하고 싶어요. 저는 영화에 좀 더 잘 맞는 것 같아서 영화 쪽으로 좀 많이 해보려고요. 30대가 됐고 이제 본게임을 시작할 때잖아요. 코미디도 희든 카드로 생각하고 있어요.(웃음) 저는 아직도 목말라요. 이 작품 끝나면 한두달 안에 또 다른 작품을 할 생각이에요. 영화가 될 것 같아요. 군대 가기 전에는 보통 3년에 두작품 정도 했는데 이제는 마구 할 생각이에요."
▶우유부단 지형? 이제부터 스타트!
"지금까지는 서연(수애)가 알츠하이머를 앓기 시작하는 과정을 그렸고 이제 본격적으로 지형이 서연을 보살피는 가운데 순애보가 그려질 것 같아요." 그의 말처럼 지난 방송분에서 이미 이들은 결혼을 약속했고 점점 기억을 잃어가는 서연 앞에 남은 지형의 활약(?)이 '천일의 약속' 이야기의 중심축이 될 듯하다.
"사실 그동안 연기가 더 힘들었던 것 같아요. 대본에는 …(점점점)이 대부분이었거든요. 내면 연기로 표현해야하니까 더 힘든 부분도 있었고요."
방송 초반에는 '지형이 너무 우유부단한 것 아니냐'는 반응도 꽤 보였다. "향기(정유미)를 대하는 것도 우유부단하다기 보다는 '사랑이었다'고 착각한 부분이 큰 것 같아요. 또 지형이의 초반 그런 모습은 후반 슬픔을 극대화시키기 위한 도구였을 수도 있다는 생각을 했고요." 지형의 행동에 대한 호불호는 연령별로 나뉘는 편이다. "밥 먹으러 식당에 가면 아주머니들은 '너무 잘보고 있다'고, '지형이가 이해된다'고 하세요. 저의 어머니도 이해하시거든요. 근데 제 여동생은 이해못하겠대요.(웃음)"
앞으로 서연은 지형을 못 알아보는 지경까지 가게 될 예정. "이제 지형이 많은 것을 보여줄 수밖에 없지 않을까요. 작품을 하면서 김수현 선생님의 팬이 됐어요. 작가로서 정말 존경스러운 분이세요. 대사들이 너무 근사하잖아요. 대본도 굉장히 빨리 쓰시는 것 같아요." 최근 김래원은 김작가에게 "이 정도까지 할 줄 몰랐다. 영악하다. 여우같다"는 말을 들었단다. "저는 칭찬 같이 들렸는데요. 그런 말씀 잘 안하시는데 제가 제 것을 좀 찾아먹어서 그런가봐요.(웃음)"
"가장 마음에 드는 장면이요? 7부 초반에 향기에게 이별을 고하는 장면이 제일 마음에 들어요. 그때도 대본은 …(점점점)이었지만 제가 할수 있는 연기는 다 보여드린 것 같아요. 전반부는 서연이나 향기를 받쳐주는 연기가 주를 이뤘으니까요. 다른 사람의 감정을 잘보이게 하기 위해 연기하는 것은 처음이었어요. 그래서 많이 배운 것 같아요."
고재완 기자 star77@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