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서 많이 본 듯하다. 23일 열린 준플레이오프 수원-울산전은 꼭 91일전 8월 24일 수원-울산의 FA컵 4강전을 빼다 박았다. 경기장소도 수원월드컵경기장으로 같고, 두차례 모두 치열한 단판 승부에 연장접전이었다.
데자뷰로 보일법 하지만 결과는 달랐다.
전개는 같았다. 두번 모두 리드는 울산이 잡고 수원이 따라가는 형국이었다.
이날 준플레이오프에선 수원이 전반 21분에 울산 김신욱에게 선제골을 내줘 0-1로 끌려가다 후반 막판 마토의 동점골로 승부를 연장으로 끌고 갔다.
FA컵 4강전은 울산이 설기현의 2골로 앞서나가다 수원 스테보가 후반 32분 만회골, 마토가 동점골을 터뜨렸다. 이후 연장에서 수원은 박현범의 결승골로 승리했다.
시나리오는 비슷했지만 결말은 달랐다. 이번에는 더 혹독한 승부차기까지 이어졌다.
이날 1-1로 팽팽한 승부는 연장 30분을 더해도 결말이 나지 않았다. 울산은 연장 후반 막판 120분 동안 섭씨 영하 1도의 추위 속에서 그라운드를 지킨 수문장 김영광을 빼고 김승규를 투입했다. 승부차기 대비였다. 수원은 대표팀 골키퍼 정성룡을 계속 믿었다.
수원의 첫번째 키커는 마토. 마토는 침착하게 골을 성공시켰다. 울산의 첫번째 키커는 설기현이었다. 하지만 설기현의 킥은 크로스바를 맞고 나왔다. 수원팬들은 환호했다. 하지만 이후부터 수원엔 악몽같은 시간이 반복됐다. 수원 염기훈의 슛은 왼쪽 골포스트를 맞혔다. 양상민이 슛은 서포터스석으로 날아가는 고공 발사. 수원 세번째 키커 최성환의 슛 역시 김승규의 선방에 막혔다. 반면, 울산은 루시오-김신욱-고슬기가 차분하게 골을 성공시켰다.
수원과 울산은 만나기만 하면 혈투가 펼쳐진다. 가장 큰 이유는 두 팀이 많이 닮았기 때문이다. 윤성효 수원 감독과 김호곤 울산 감독은 '수비축구'라는 말을 극도로 싫어하지만 두 팀은 창이 아닌 방패다. 다만 이날 경기는 최강의 방패끼리 만났지만 불꽃이 튀었다. 서로 잠그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상대 골문을 두드리는 박진감 축구를 펼쳤다. 마지막 순간인 승부차기까지 그랬다. 수원=박재호 기자 jhpark@sportschosun.com